즐거운 마음으로 교리공부를 시작하였고, 시간이 지나갈수록 수녀님의 강의에 사로잡혀 궁금해 하던 일들이 모두 좋은 소식이라고 알게 된 것처럼 매시간 흥분, 기쁨, 감동의 연속이었습니다. 모든 표현과 말씀이 꼬옥 나를 비유해 하시는 것 같았고, 특별히 나에게 들려주실려고 준비하신 것 같다는 착각까지 들게 되었습니다.
사고 때 슬관절 부위 뼈가 많이 부숴져 없어지고 관절 아래부터 우측으로 30도 휘어졌기에 정상보행은 불가능 했고, 보행시는 목발이나 지팡이에 의지해야 했습니다. 이런 몸으로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 성당가는 길은 나에게는 고행의 길이었고, 묵주기도 바치는 기도시간이 되었습니다.
이런 기쁜 순간에 슬픈 소식을 다시 접하게 되었습니다. 영세식을 위한 교리교육은 보통 6개월인데 갑자기 2차 수술일이 결정되는 바람에 교리교육을 포기해야 될 지경이 되었습니다. 다친 후 처음 느껴 본 행복이 또 깨어지는구나 하고 암담해 했습니다. 그래서 주님 알게된 후 처음으로 성모님께 간절히 기도드렸습니다.
『성모님! 당신은 우리의 참된 어머님이십니다. 새로이 당신 아들로 태어나기를 갈망하는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주님 은총 전구해 주세요. 도와주세요. 주님! 제발이지 이번만은 꼬옥 살펴주세요. 세례 받을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 세례 받을 수 있도록 저를 불러 주세요』
눈물을 글썽이며 주님과 성모님께 바친 애절한 나의 기도는 이루어졌습니다. 교리 시작한지 4개월이 되는 그 해 12월 성탄 전야에 영세식을 거행한다고 수녀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다시금 예수님과 성모님이 함께 나를 보고 계시고, 항상 도우신다는 것을 더욱 믿게 되었습니다.
87년 12월24일 성탄 전야. 세례 받는 날은 약 4년전 임관하던 날 처럼 하늘은 맑았고, 따스한 햇빛에 겨울 바람이 포근하게 느껴지는 날이었습니다. 절룩거리는 다리와 캄캄한 우측 눈에는 생기가 넘쳤고, 신부님이 『성부와 성자와 성신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노라!』하시며 이마에 성호를 그으시자 두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였고, 내 영혼은 하늘 높이 뛰어 오르며 환호했습니다.
고통과 죄악에 찌들은 나를 예수님께서는 한 점 의혹없이 온전히 모든 것을 용서해 주셨습니다. 도무지 꿈만 같았습니다. 교통사고로 정지되었던 모든 것이 되살아나는 순간으로, 그저 행복에 겨워 주님께 감사와 찬미의 기도만을 한없이 바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주님 사랑으로 새로이 태어난 후 열흘 뒤에 2차 수술을 받기 위해 대구 가톨릭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골반에서 뼈를 3cm 떼어내어 짧고, 휘어진 다리에 이식, 교정하는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큰 수술이었습니다. 괜시리 두려웠습니다. 혹시 마취가 깨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래도 수술 후에는 다리가 올바르게 된다는 희망을 가지고, 그 순간을 위해 빨리 수술받기를 고대하게 되었습니다. 마취의사가 숫자를 세어 보라기에 마음속으로 하나, 둘, 세-에-엣, 그러나 그 이상의 의식은 다시 되찾을 건강을 맞이하러 멀어져만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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