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로운 빈 뜰, 담벼락에 키를 재며
먼 눈을 밀어 올려 하늘을 가릴 만큼 자라
창가에 이국의 그림자로 지키고 서서
막연한 속죄를 쥐고 제한된 삶을 누리는데
이제 여름비 섧게 내려도
영영 갖지 못할 꿈 있어라.
해마다 노랗게 피어 나는 꽃은
하마 하마 많은 세월이 흐르면
네 열매 여물 때도 있다 하더라.
비행기 타고 끄르름 날리면
가까운 열대지방 그러나, 나의 집은 멀다.
천 갈래 삶을 조용히 노래하는
그늘은 올해도 허름하다.
아프리카의 배고픔을 채워 줄
푸른 과실은 해를 찾아 노랗게 익어간다.
무더운 여름 날은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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