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사랑 나의 천사여!
교통사고로 꿈과 사랑, 젊음같은 것은 이제 나와는 무관한 먼나라 이야기들이라 생각하면 자페증환자처럼 혼자만의 공간에 빠져있을 때, 한 여성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대학 서클 5년 후배로서 써클 모임에서 우연히 이야기하다 개인적으로 한 번 데이트하자며 지나가는 소리처럼 말한 것이 인연이 되어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처음부터 나의 장애에 대해 단순한 동정이 아닌 진정한 이해, 남자로서 나를 대하며 따르자 마치 황홀한 꿈을 꾸는 것 같았습니다. 그녀를 사귀기 전에는 결혼이란 것은 생각도 못했고, 내 가까이 여성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조차 꿈도 꾸지 못한 나를 그녀는 완전히 변화시켰습니다. 하루를 고통과 실망속에서 보내지 않는다면 제일 기분 좋은 날이라 생각했는데, 이제 그녀를 만나는 날이 주님을 배우는 날처럼 기쁜 순간으로, 의식속에서 지워진 결혼까지 떠올리게 하였고 불구자가 되었다는 것 조차 잊어버리는 꿈과 같은 순간으로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그런 사랑에 도취된 어느 맑은 오후, 대구 동성로 거리를 지팡이와 그녀 팔짱에 의지해 기분 좋게 거닐다 다방에 차 한 잔 하게 되었습니다. 웃고, 떠들며 이야기 하던 중 갑자기 내 자신이 불구자라는 생각이 번개같이 스쳤습니다. 그러자 순식간에 좋은 기분도 사라지고, 저 멀리에서 「너는 병신이야」 하는 고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자 나와 같은 장애자가 건방지게도 현실을 잊고 대학 2년생인 피어나는 꽃봉오리 같은 여인을 만난다는 것이 있을 수도 없고 또 있어서는 안되는 일 같이 여겨졌습니다.
『우리 그만 만나자』 『예… ?』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무슨 말씀이예요?』하고 의혹에 찬 눈으로 물었습니다. 『우리 헤어지자. 다음 언젠가 만나게 된다면 그냥 선ㆍ후배로서 만나자꾸나. 오늘로써 둘만의 개인적 만남은 끝내자!』하며 냉정하게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녀는 놀란 눈으로 나의 두 손을 잡으며 『형! 갑자기 왜 그래요?』하고 물었습니다. 그 당시 그녀는 나를 형이라 불렀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 같은 불구자가 너같이 어리고 건강한 여자와 사귄다는 것이 너무나 잘못되고, 우리 만남이 너에게는 기쁨보다는 오히려 슬픔만을 줄 것 같으니 이만 헤어지자. 그동안 즐거웠다』
내 마음은 이런 것이 아닌데, 내가 왜 이럴까? 하며 내가 말한 섬찍한 말들에 내 스스로 놀랐습니다. 이런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두 눈엔 이슬이 맺혔고 잡은 손에 더욱 힘을 주었습니다.
『형! 제가 형을 좋아하는 것을 형도 아시잖아요? 아니 형을 사랑해요! 너무나 사랑해요. 진짜예요』 이렇게 흐느끼는 그녀에게 후회하면서도 악을 쓰듯이 『이봐요 아가씨. 당신은 아직 나이가 어려 현실을 잘 몰라요. 바보같이 착각하지마!』 마치 내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는듯 말했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그 설명은 말도 되지 않는 억지로써, 자포자기의 체념어린 외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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