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간 어머니께서 잠을 못이루시고 집안일이며 여러 가지로 바쁜척하시는 것을 느낀다.
물론 모른척 하지만 아마 이 못난 딸을 머나 먼 곳으로 떠나 보내야 하는 게 마음 아프신가 보다.
출국 날짜를 받고 짐정리를 끝내고, 휴가동안 집안 어른들과 친구들에게 작별인사를 하였다.
그런데 역시 제일 아픈 것은 가족들과의 작별이다. 요즘은 부쩍 긴 작별을 한 아버지를 꿈에라도 한 번 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3년전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되셨다가 투병 중에 선종하신 아버지! 이런 아버지와의 작별은 나의 성소에 대해 더 깊이 묵상할 기회가 되었다.
우리가 주님의 부르심에 기쁘게 응답하고 따르는 때가 있는가 하면, 겟세마니에서 예수님께서 피땀 흘리시면서 『이 잔을 제게서 거두어 주소서』라고 기도하셨듯이 힘들고 어렵게 응답할 때가 있다.
특히 하느님께 완전히 나를 내어맡기고. 따라가기 위해서 나의 의지와 소유를 포기해야 할 때 갈등에 빠진다.
나는 아버지가 음주운전자에 의해 죽음을 당해야 하는 것을 보며 수녀원을 떠나려 했다.
그때 그 마음을 바꾸어 놓은 것은 아버지가 생의 마지막 순간 하시던 『아멘』 (주님의 말씀대로 제게 이루어지기를 빕니다)이라는 응답 때문이었다.
내가 매일 기계처럼 읊어댔던 응답, 아멘, 아멘!
이제는 부족하고 못난 나를 선교사의 삶에 불러주신 하느님께 감사하며, 내게 늘 용기를 주는 편지 한소절로 이 글을 끝낼까 한다.
『삶이 힘들때라도 너는 혼자가 아니다. 우리 가족과 아버지, 그리고 교회가 너와 함께 선교사업에 동참하고 있음을 잊지 말길 바란다. -언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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