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내 글라라에게.
글을 쓰겠다고 작정한 이래 줄곧 기도를 해왔어. 아주 오랫동안…
모리악, 베르나노스, 알퐁스 도데나 엔도 슈사쿠 같은 작가들처럼 가톨릭 문학을 하고 싶었지. 이따금 시내 대형서점에 들러 가톨릭교회 코너를 찾으며 참 곤혹스러움을 느껴. 개신교회 출판물들 한켠에 초라하게 꽂혀 있더군. 아쉬운 것은 그나마 거의 번역서들이야.
이 땅에 가톨릭교회가 들어온지 3세기로 접어들었고, 신자들 또한 3백만을 넘긴지가 오래라는데도, 정작 교회안 출판물들은 서양문화의 영향에서 벗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아.
무릇 교회는 하나라도 민족의 고유한 문화와 언어는 다르지. 제아무리 훌륭한 문학작품이라 해도 다른 언어로 번역할 때 의미 전달은 반감될 수밖에 없거든. 아름답고 정감있는 우리말로 쓰여진 가톨릭 문학이라야 읽는 즐거움이 있고, 이 땅에 복음의 씨앗이 자라는 밑거름이 될 수도 있는데….
하지만 나름대로 뜻 있는 이들이 힘들여 쓴 원고를 교회 안에서 출판해보려고 하지만 문턱이 높은 경우가 많아. 외국의 유명한 작가와 작품들을 소개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우리말로 된 우리 가톨릭 문학을 지원하는 것에도 이제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듯 한데.
부랑인의 실제 삶을 체험하다 고뇌 속에 얼어죽는 젊은 수사의 이야기를 초여름에 냈어. 교회 밖에서는 종교물이라며 떨떠름한 핀잔을 받을지언정 어쨌거나 독자들이 읽게 되었어.
교회의 어른들이 신앙 문학에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고, 작가들 역시 기도하며 정진해야겠지. 사랑하는 글라라, 공연히 우리 딸 누리처럼 투정만 부렸구나.
지금까지 수고해주신 오은주 수녀님께 감사드립니다. 금주부터는 소설가 한석청씨께서 집필해 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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