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남북한 평화통일이 이룩됐다」고 가정해 보자. 정부는 정부대로 기업인은 기업인대로 제각기 바쁘고 할 일이 많아질 것이다. 그 가운데 종교인들, 특히 우리 천주교회는 어떤 움직임을 보일까? 가장 먼저 감사미사를 봉헌하면서 전국적으로 일제히 환호의 종소리를 울려퍼지게 할 것이다. 한덩어리가 된 남북한 전 국토가 감동의 도가니 속에서 들떠있을 때 우리 교회 지도자들의 마음은 바빠질 것이다.
단순한 상상일 뿐이지만 이 같이 갑작스런 통일이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소리도 있다. 현실적으로 이런 상황이 도래하기는 쉽지 않을터이지만 바로 이 같은 상황 급작스런 통일을 예견하고 준비하자는 목소리가 높은데 우리 교회의 통일대비 노력은 어떠한지 자문해 봐야 할 것이다.
6월 23일 주일은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기도하는 날이다. 우리는 이 날을 기해 불가능도 가능케 하시는 하느님께 우리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 더불어 교회의 통일노력을 점검해 보고 자세를 새롭게 가다듬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평화통일에의 길은 하느님 은총이 없이는 도무지 이뤄질 수 없는 갖가지 난제와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생각해보자. 주교회의 북한선교위원회 위원장 이동호 아빠스는 이번 「기도의 날」 메시지를 통해 『이제 우리는 우리 나름으로 할 수 있는 일부터 차근히 해 나가도록 노력하자』고 호소하고 있다. 『우선 남북관계의 회복을 위해서 그리고 4자회담의 성사를 통해 남북대화의 길이 열리고 한반도의 평화정착의 길이 마련될 수 있도록 기도하고, 남북한 정치인들 사이의 불신이 하루 빨리 해소되어 평화통일의 길을 열어 나갈 수 있도록 기도와 희생을 아끼지 말자』고 강조하고 있는 사실은 남북통일을 위한 일에는 어떤 형태로든 우리 모두 동참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고 있다.
또다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을 맞아 우리 국민 모두가, 우리 신자 모두가 민족의 화해를 위해, 평화통일을 위해 한 사람의 협조자가 될 것을 다짐해 보자. 북한선교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평화와 통일은 민족복음화 사명을 성취해내는 첩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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