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도 침대에서 퇴원 후 혼자만의 신앙생활을 그리며, 그녀의 간호를 받고 있는데 병원 원목 수녀님이 병실 문을 열었습니다. 『두 사람이 너무 잘 어울려요! 그래서 제가 선물을 드릴게요』하며 내미시는 손길에 조그만 기적의 성모님 메달이 2개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큰 것은 사베리오씨 하시고, 작은 것은 아가씨가 가져 주님 앞에서 두 사람 꼬옥 행복하세요』. 수녀님의 방문과 성모님의 패는 찡하는 쇼크를 가져다주었습니다.
내가 걸어가야 될 길, 바로 그 길이 그녀와 성가정을 이루고 평신도로 착히 사는 것이 주님이 원하시는 나의 길이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교통사고로 많은 것을 잃었지만 덕분에 주님을 알게 되었고, 또한 진정한 사랑도 얻게 되니 전화위복이랄까, 고통과 절망은 사라지고 무한한 행복의 세계로 접어드는 것 같았습니다.
6개월 정도의 병원생활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영세 후 입원한 가톨릭병원 생활은 나만의 피정이었고, 수도 생활로, 영적으로 더욱 성장시켰고, 현세적으로 참된 동반자를 알게 한 기쁜 순간들이었습니다.
퇴원 후 물리치료를 받게 되었고, 수술 때 삽입한 쇠뭉치가 피부로 느껴지는 것이 묘한 기분이 들었지만, 다시 찾은 다리의 완전한 건강을 위해 열심히 운동했습니다.
얼마 후 삽입한 쇠뭉치, 핀 제거를 위해 다시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사진을 찍어보니 첫 수술 때 넣은 핀이 관절 속으로 들어가 있는 것 같아, 관절 속까지 완전 절개 후 제거해야 되는데, 절개한 수술이 또한 오랜 시간을 요구하는 큰 수술이라 했습니다. 벌써 2차례나 큰 수술을 받아보았고, 주님께서 항상 가까이 계신다고 믿으면서도 힘든 수술이라 하니, 또 무섭고도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잘못 되지 않을까? 이런 두려움, 막연한 공포에 떠는 자신이 나약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기에 우스웠습니다.
심호흡하며 주님께 미사 봉헌하고, 신부님 강복 후 수술실로 들어갔습니다. 지난 수술 때와 마찬가지로 건강한 다리와 가시관 쓰시고 십자가에 매달려 피땀 흘리시는 예수님의 고통을 떠 올리며 깊고도 편안한 잠을 청했습니다.
오래 걸릴 것 같다는 수술은 2시간 정도로 간단히 끝났습니다. 예상 부위를 절개해 보니 핀이 바로 보여 너무나 쉽게 제거했답니다. 이 또한 예수님이 성령으로 수술용 칼끝에 오셔서 나를 도우셨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이제 다친 다리도 평시 관리만 잘 해준다면 괜찮다기에 정말로 좋았습니다. 물론 이미 관절의 3분의 1이 부서져 없기에 완치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제게는 믿음이 있기에 제가 알지 못하는 언젠가는 다친 관절 부위도 예수님이 완전히 고쳐 주시리라 믿습니다. 그 언젠가는…. 이 모든 것에 느껴지는 예수님과 성모님의 사랑! 너무 고마워 어떻게 보답해 드려야 될지 모를 지경입니다.
몇 개월 물리치료를 받고, 조금 불편하지만 기쁜 마음으로 우리는 맺어졌습니다. 물론 그녀는 내가 3차 수술 후 병원에 있을 때 54년간 불교신자였던 어머님과 함께 대구 상동성당에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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