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어째?... ★
신학교 생활부장이신 Y학사님 성격이 급하긴 해도 매사에 매우 열성적이시다.
매일 아침 미사엔 어김없이 복사에 임했는데 주로 향복사는 그의 몫이었다.
교수신부님들이 번갈아 주례사제를 맡으셨는데 지금은 A교구장이신 B주교님께서 그날의 주례사제셨다. 근엄하시고 엄숙하신 이 신부님이 집전하시는 미사는 가히 천상적 분위기이다.
이윽고 봉헌예식때 향복사가 그 눈부신(?) 활동을 할 차례였다.
제단주변에 향을 드린 사제로부터 향을 건네받은 Y학사님 먼저 주례사제께 향을 드리는데 어찌 정성을 다했던지 바짝 다가서서 드리다가 그만 주례사제의 이마를 향로로 때려버렸다.
★…갈수록 계룡산(?)…★
향복사는 아무래도 Y학사님께 맞지 않을 것 같아 주수복사를 시켰다.
그랬더니 이번엔 또 엉겁결에 주수병 뚜껑을 잊고 열지 않은 채로 성작에 붓다가 유리로 된 뚜껑이 쨍그렁 하고 성작속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그러자 놀란 Y학사님 『어! 어!』하면서 얼른 손으로 뚜껑을 건져냈는데, 세상에 축성되기 전이어서 천만다행이지 안그랬으면….
★…원대 복귀…★
아무래도 원래 하던 향복사 Y학사님께 더 적합할 것 같아 다시 향복사로 임무가 교체되었다.
그러면 좀 잘하던지….
그날은 신학교 새건물에 새로 꾸며진 새경당의 봉헌미사였다. 제단의 붉은 새 양탄자는 그 품위를 도도히 드러내고 있는데 미사가 좀 길때는 이 향을 중간에 꺼지지 않게 보충을 해 주어야 한다.
그래서 이 Y학사님, 지난번 실수도 있고 해서 바짝 긴장을 하며 만에 하나 또 향로에 불을 꺼트리는 그런 실수를 범하지 않으리라고 잔뜩 벼르고 있는데 그 적당한 찬스를 잡지 못하고 있다가 이윽고 예의 그 봉헌 예식때 바야흐로 향로가 나가야 할 즈음에 향숯을 얼른 보충했다.
그랬는데, 마음이 급하면 일이 되다가도 안되는지 그만 향로를 쏟아버렸다. 쏟았으면 얼른 집게로 줏어 담아야지, 새 양탄자에 불이라도 붙으면 어쩌나 하는 다급한 마음에 이 Y학사님, 딴에는 잘한다고 얼른 밟아서 뭉게 버렸다.
그래서 꺼지긴 꺼졌는데….
지금도 D가톨릭대학 경당에는 그 당시의 처절(?)한 상황을 말해주듯 제단 한쪽 구석엔 검은 상흔(?)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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