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은 나를 통해서 그녀랑 어머님을 부르셨던 것입니다. 그녀의 영세식 1주일 뒤인 1987년 11월 5일, 주님 앞에서 혼인성사를 올리고 부끄럽지만 일반 예식장에서 또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교통사고로 거의 산 송장이나 다름없던 내가 예수님과 그분이 보내주신 천사같은 그녀와 함께 새 삶을 엮게 된 것입니다. 이제는 너무나 나를 닮은 7살 된 아들 녀석과 4살 난 딸아이가 예수님 흉내를 내며 같이 기도하기에, 24시간 넘쳐나는 주님 사랑에 항시 감사하는 마음으로 예수님을 찬미하며 하루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저 주님 뜻대로 하소서
이렇게 저의 영혼은 건강을 찾고, 평화 속에서 기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신체는 아직 불편합니다. 건강이 호전되어 몇 년간 지팡이 없이 생활했는데 얼마 전 다리가 심하게 아파서 진찰을 받아보니 퇴행성 관절염이란 병이 생겼다고 합니다. 다친 관절 부위가 계속 마모되고 염증이 생기어 언젠가는 인조 관절로 대체해야 된다고 합니다. 또한 의사 선생님은 관절 교체시기를 최대한 늦출려면 다리 운동을 극도로 자제해야 되기에, 차후로 계단 사용까지 금지 시켰습니다. 또한 다친 우측 눈도 지금은 보이지는 않지만 나이가 들어 노화되면, 만에 하나 사시(일명: 사팔뜨기)가 될 확률도 있다고 합니다.
참으로 기가 막힙니다. 이런 것이 바로 교통사고 후유증인 모양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가능성을 믿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죽음과 고통의 소용돌이에 빠져 헤매일 때 예수님께서 구해주셨듯이 그런 경우가 닥치더라도 내가 가볍게 뛰어넘도록 주님이 도와주실 것이라고 믿습니다. 제자신이 아주 미약한 존재이지만 좀 더 건강한 몸으로 세상 모든 것에 봉사해야 되기에, 현재 상태보다 더 이상 나빠지지 않으며 모든 고통을 참고 물리칠 수 있도록 도와주실 것입니다. 물론 제 자신이 먼저 노력해야 되겠지요. 큰 운동은 하지 못하지만 쉬운 운동도 자주 하고 눈동자 움직이는 운동도 자주 한다면 의학적으로 가능한 후유증도 절대로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확신과 예수님을 통한 평화 속에서 평화를 지키도록 최대한 노력한다면 예고되는 불행까지도 막을 수가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저는 몸이 불편하다보니 많은 직장을 전전했습니다. 주한 외국인 상대의 비디오테이프 대여점, 지팡이 짚고 절룩거리며 전국을 누볐던 외국 백과사전 영업사원, 다리 운동을 위해 자전거 출퇴근과 대구 동산동 실골목이라는 곳의 원단 오파상 직원, 닭상자를 힘겹게 들고 나르며 닭튀김 요리를 배운 양념통닭 체인회사 총무, 왼쪽 눈 하나로 자동차를 운전하며 대구 경북지역의 섬유공장·카센터를 방문했던 윤활전문회사 대리점 직원 등 참으로 많은 직장에서 직장으로 부평초처럼 떠돌았습니다.
장애자라는 이유로 건강한 이들보다 신체 활동이 요구되는 회사 일들에 제대로 도움을 주지 못하니 자의 반, 타의 반 도태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세파에 허덕일 때 주님은 당신의 뜻으로 저를 부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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