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대자(代子)들에게.
신앙생활을 시작한 이래, 열명 정도 되는 당신들을 대자로 두었습니다. 그러나 인연(因緣)의 실끝이 이어지고 있는 대자는 두어명 뿐입니다. 나머지는 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대개 영세식날 급작스레 대부를 선 경우가 많아서인지 대자들의 얼굴도 나이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나의 대부님이 나를 기억하듯, 나 역시 잃어버린 당신들을 이따금 기억합니다.
사랑하는 이가 억지로 교리반에 끌어다 영세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개는 영세와 혼인예식이 끝나면 사라지더군요. 그래서 수많은 자매들이 남편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습니다. 무릇 대부모와 대자녀의 관계는 신앙 생활의 동반자라 합니다. 어쩌면 혈육만큼 끈끈한 우정이 싹틀 수도 있겠죠.
지난 80년대와 90년대 초반까지 천주교회는 왕성하게 팽창했습니다. 나도 80년대 초반에 스스로 천주교회에 귀의(歸依) 했습니다. 당신들이나 나는 신교우(新敎友)들 입니다. 젊은 우리들은 교회가 보여준 아름다운 사회참여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교회가 정의(正義)를 부르짖을 때에, 우리는 열렬한 박수를 쳤죠. 그러나 신앙의 본질은 영혼의 구원이었습니다.
요즘들어 부쩍 냉담자가 늘고 있습니다. 신자들을 대량 생산한 교회의 전교 정책때문일까요? 아니면 한때의 유행이었을까요? 나 역시 번민에 빠질 때가 많습니다. 당신들이 자유의사로 천주교회에 귀의 했듯, 한때 신앙생활에 회의(懷疑)를 느낀다면 잠시 쉴 수 있겠죠. 하지만 언제든 하느님 곁으로 돌아오십시요. 하느님의 진리는 아름다운 정의(正義)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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