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5일은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안드레아 김대건 사제 순교자 대축일이다. 올해 맞이하는 김대건 신부의 축일은 그 어느 해보다 뜻깊다. 김대건 신부의 순교 1백50주년을 기념하는 갖가지 행사와 기도운동이 전국적으로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회는 수도교구인 서울대교구가 김대건 신부 축일 당일인 5일부터 성인의 유해 순회 기도회를 시작하는 것과 함께 9월에는 잠실 종합운동장에서 성 김대건 신부 순교 1백50주년 기념 신앙대회를 갖는 등 전국적으로 그 분의 순교정신을 이어 받아 신앙의 쇄신과 활성화의 계기로 삼고자 하는 열기가 드높은 것이다. 1백3위 한국 순교 성인의 대표성인이신 김대건 신부를 더욱더 공경하고자 하는 이런 움직임은 2백여 년 동안 면면히 이어온 순교신심이야말로 바로 한국교회의 영성일 수 밖에 없다는 새로운 자각의 발로로 보여져 참으로 반갑다. 세계교회가 주목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는 오늘의 한국교회가 있게된 것은 순전히 순교 선조들의 은공 덕분이라는 사실은 세월이 흐를수록 거듭거듭 확인하고 있는 우리들이 아닌가.
수선탁덕(首先鐸德: 빼어나게 앞선 훌륭한 사제)으로 일컬어지는 성 김대건 신부의 업적은 참으로 많지만 무엇보다 1846년 9월 순교 이후 오늘까지 1백50년 동안 2천5백여 명의 한국인 후배사제를 탄생하게 한 한국교회의 주춧돌이 됐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하느님의 섭리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다. 지금의 중학 2년생 나이인 15세때 사제수업을 받기 위해 해외 유학길에 나섰던 김대건 신부가 사제품을 받은지 1년 후인 젊디 젊은 25세 청년기에 순교의 칼날을 받은 삶 자체가 세속적으로는 너무나 애석하고 안타까울 뿐이지만 피흘려 증거한 그 대가가 1백50년후 2천5백배, 아니 2만5천배 되갚아 주시는 주님의 섭리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는 김대건 신부의 축일을 맞을때마다 또 한 분 사제 최양업 신부님을 기억하면 좋겠다. 두 분 사제는 험난한 박해시절 이 땅 최초의 유학생으로 마카오 유학길에 올라 한국인으로서는 첫번째, 두번째 사제가 되어 한 분은 피의 순교자, 또 한 분은 땀의 순교자로서 우리 성직자들의 모범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2천년대를 눈앞에 두고 있는 오늘 이 시기에 김대건 신부님이 다시 오신다면 어떻게 살아가실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은 용덕(勇德)을 갖춘 김대건 신부님의 그 기개가 다시 살아났으면 하는 바람이 크기 때문이다. 갖가지 어려움 가운데 성무를 수행하고 있는 각 교구 주교님, 신부님들 앞에 놓인 정황은 2백여 년 전 박해시대 못지않는 난관들이 많다는 사실도 김대건 신부님의 기상을 그리워하는 또 다른 이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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