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진 대부님을 찾아 뵙다 희망원 정문을 지키는 직원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듣게 되었습니다. 일단 신앙활동도 할 수 있고, 어려운 사람들도 도우며 개인적으로 자격증 공부도 할 수 있기에 입사 원서를 제출하였습니다.
면접 때 원장신부님께서는 이력서를 보시고 처음에는 거절하셨습니다. 이력서에 적힌 제 경력이 정문을 지키는 일에는 적합하지 못하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교통사고로 장애자가 되어 건강할 때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부족하고 어려운 이들을 돕고 싶다고 말하니 93년 8월부터 이곳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격증 공부 중심으로 생활하였기에 다른 직원분들에게 미안하게도 근무 태만하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결과는 근소한 차로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하늘이 캄캄했습니다. 다음 시험까지 정문 지키는 수위생활을 해야 한다 하니 아찔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성령께서 저의 실망한 마음을 어루만지심을 느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 자신의 개인적 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먼저 이곳에서 나보다 어려운 이들에게 평화를 전하며, 작은 것까지 도움으로써 사고 때 여러분들에게서 받은 도움을 조금이나마 갚아보라는 것이 그분이 원하시는 내가 제일 처음 가야 될 길 같이 여겨졌습니다. 즉 희망원에서의 생활은 인생 여정에 잠시 스쳐가는 곳이 아니라, 인생이란 시험문제 중 반드시 해결하고 지나가야 되는 중요한 출발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희망원 생활이 주님이 원하시는 내가 걸어 가야 되는 길의 처음이라 생각하니 이 곳에서의 하루가 너무나 고맙게 시작되었습니다.
직원 레지오 마리애도 시작하고, 좀 더 낮추는 마음으로 일을 하니 매 순간 기뻐하시는 주님 모습이 마음에 가득합니다.
이제 주님의 품안에서 포근히 안기어 주님께서 원하시는 순간까지 주님께서 사랑하시는 모든 것을 위해 사용되는 작은 도구로 임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곳에는 나를 장애자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고, 아니 직원들 빼고 모든 분들이 도움만 바라는 사람들입니다. 나는 그들이 건강하고 올바른 사회인으로 변화되어 다시 사회의 밝은 곳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그들의 온갖 악습, 병마들을 스스로 물리치게끔 군대 소대장이 소대원을 이끌듯이 그들을 돌보고 살필 것 입니다. 또한 그들이 영육간의 모든 장애에서 스스로 이기도록 많은 기도와 보다 깊은 사랑으로 그들을 살펴주기를 노력하겠습니다.
그 후에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이곳 희망원에서 제가 받은 임무를 훌륭히 마치고 나면,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의 신체와 능력에 맞는, 정말로 내가 가야 되는 새로운 나의 길로 인도해 주실 것입니다. 아멘.
정용균님의「내가 걸어가는 길」은 이번 호로 마칩니다. 다음 호부터는 충남 당진군 신평본당의 구정여(레지나)님의「꿈과 신앙」을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변함없는 사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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