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불러보지 못한 누님. 큰 어머니가 젖먹이 누님을 업고 원산쪽으로 피난을 가셨다죠? 대개 실향민들이 그렇듯 아버지도 남한에 넘어와 새 가정을 꾸리고 저를 낳았습니다.
제가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었으니까, 조국의 분단도 반세기를 넘겼습니다. 누님의 나이를 계산해보니 올해 마흔 일곱쯤 되신 중년부인이더군요. 전쟁 때 돌아가시지만 않았다면 말입니다.
북한 경제사정이 몹시 안 좋다는 신문 보도를 접할 때마다 가슴이 미어집니다. 더욱이 풀뿌리를 캐고 송기를 벗기는 북한 주민들의 사진을 볼 때면 언뜻 누님의 모습이 연상되곤 합니다.
누님, 배가 고프시더라도 조금만 참으세요. 누님네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초토화된 전쟁의 잿더미에서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요즘 남한의 교회와 단체들이 누님네를 돕기 위해 여러모로 애쓰고 있습니다. 어쩌면 너무 늦은 것은 아닌가, 형제를 돕는다는 당연한 일을 갖고 너무 떠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어쨋든 많은 이들이 누님네의 어려움을 도우려고 노력합니다.
실향민들이 갖고 온 빛바랜 토지 문서나, 종교와 기업, 은행들이 북한에 소유했던 부동산도 쓸모가 없기를 바랍니다. 통일이 된다 해도 남한의 경제적 식민지가 되지 않기를 빌고 있습니다. 저 역시 북한의 토지 계획 때에 무상 몰수당한 아버지의 땅을 찾을 생각도 없습니다.
그 아름다운 땅은 누님네가 가꾸어 왔으니 누님네 것입니다. 사랑하는 누님, 통일이 되면 아버지의 고향 평강고원에서 기쁘게 만나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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