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꼴이 말이 아니다. 이곳이 과연 만물의 영장이란 인간이 사는 곳인지 다시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연달아 3건 발생한 10대 소녀들에 대한 어른 남자들의 성폭행 사건은 과연 인간들이 한 짓인지, 짐승들이 한 짓인지 구분할 수 없는 망동(亡動)들이었다.
참으로 입에 담기조차 거북하지만, 성폭행 당한 여중 3년생이 임신해 수업도중 산기를 느껴 병원에 실려가는 차 중에서 아이를 낳았다는 얘기, 또 초등학교 6학년의 소녀가장을 한 동네 14명이 마치 짐승들처럼 위협하고 본드를 흡입시키면서까지 번갈아가며 성폭행해 끝내는 음독자살을 결행하도록 한 기막힌 사연, 그리고 세들어 사는 여중 1년생을 주인집 부자(父子)와 이웃식당 주방장이 폭행하고 임신이 드러나자 낙태시켜 그 학생이 심한 우울증을 보이고 있다는 보도 ….
이 3건의 망동을 접하면서 우리가 발붙이고 살고 있는 이 땅이 당장에라도 무슨 벼락을 맞지 않을까 불안한 마음을 억누를 수 없다. 어찌 윤리니 도덕이니 인륜이니 하는 말들은 다 어디로 날아가 버리고 짐승만도 못한 짓거리를 일삼아온 그들이 뻔뻔스럽게도 지금까지 낯을 들고 살아오고 있는 것인가!
무엇보다 이번 사건들은 절대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연약한 미성년자들에게 어른들이 잔인스럽게 저지른 만행이라는 점에서 어른들 모두의 공동책임을 면할 수 없다. 특히나 「이웃사촌」이라는 우리의 미풍양속이「이웃짐승」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탄생시킬 만큼 처참하게 일그러진 우리의 자화상은 우리 자신들을 되돌아 보게 한다.
이번에 이 사건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매체들이 피해자에 대한 보호나 배려 그리고 성폭력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제목을 선정적으로 붙이고 또 이 사건들을 오늘날 청소년들의 문란한 성문화 탓으로 돌리는 태도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일은 잃어버린 인간 본래의 모습을 되찾는 일이다. 잘못을 부끄러워할 줄 알고 악행을 피하며 선을 지향하는 마음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병들고 썩은 양심을 하루속히 회복시켜야 한다. 물론 미성년자 성폭행자들에게는 가중처벌의 중벌이 내려져야 하고 가정과 학교와 이 사회가 파수꾼의 역할을 함께 해야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하고 우선적인 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바로 잡는 일이다. 마음을 바로 잡는 일에 우리 교회의 노력이 앞서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