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은 두가지가 있다. 즉 살아 가면서 내가 해야 하겠다는, 하고 싶은 소망의 꿈이 있고 자면서 꾸는 꿈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시골에서 일만 하면서 농사일을 도우며 사는 순진한 처녀였다. 어느 덧 결혼을 할 나이가 되자 여기저기에서 중매가 많이 들어왔다. 그 때는 모두가 서울이 좋다고들 하여 서울로 시집가고 싶었고, 또 가수가 되고 싶기도 했다.
그러던 중 인천으로 시집을 가게 되었다. 하지만 내 마음은 처녀시절로 돌아가고만 싶었다. 인천이면 다 좋은 곳인 줄 알았는데 시집이 아주 변두리에 있어 오히려 처녀 적에 살던 시골집만도 못하고 물도 길어다 먹어야 하고 비가 오면 지붕에서는 여기저기서 비가 새어 그릇을 갖다 놓기가 바빴다.
시아버지와 시어머니는 70세가 훨씬 넘으셨고, 큰 동서부부는 시댁과는 따로 살림을 하고 계셨다. 신랑은 보충병으로서, 스텐공장 기술자라고 하지만 저녁에는 밤근무하고 낮에는 잠만 자고 그렇지 않으면 술 마시는 것이 하루 일과였다. 그러다 보니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게 되었다.
내가 나 자신을 생각해도 한없이 어리석었다. 시집오기 전에는 좋은 꿈이라도 많이 꾸면서 살았지만 시집을 잘 못 오고 나니 꿈도 모두 깨지고 말았다. 차라리 이렇게 될 바엔 시골 부자집으로 시집갔으면 이런 고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도 많이 했다.
옛 어른들 말씀에 몸이 부지런해야 입도 부지런하다는 말이 있지만, 몸이 편하니 입도 놀 수밖에 없었다. 겨우 동에서 나오는 배급 밀가루로 매일 칼국수 수제비 만두 등을 만들어 먹었다. 그러던 중 나는 이렇게 먹고 살다가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날 일을 찾아보려고 돌아 다녀보니 벽돌공장이 있었다. 그래서 일할 사람을 구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힘들지만 한번 해보겠느냐고 했다. 나는 힘들어도 좋다고 승낙하고 도시락을 싸서 벽돌공장으로 일을 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각만큼 그렇게 쉽지 않았다. 정말 힘이 들었다.
벽돌 기술자와 함께 시멘트를 혼합해 벽돌과 블럭을 찍어 말리는 곳에 갖다 날라야 했고, 다 마른 벽돌을 한 곳에 쌓아 놓는 일,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자갈을 추려 내는 일, 미리 만들어 놓은 벽돌에 물주는 일은 해가 질 때까지 해야 했다. 그래서 집에 오면 다리가 퉁퉁 부었다. 그러나 이 일도 봄과 여름에만 할 수 있지 가을과 겨울에는 할 수 없었다.
가을에는 친정살이, 겨울에는 남의 집 빨래를 해주며 이렇게 몇 년을 지내면서 남매를 낳았다. 그리고 시댁어른들과 의논 끝에 우리 식구는 시골로 이사했다. 무조건 이사짐만 들고 내려 왔기 때문에 거처할 곳이 없었다. 그래서 우선 월세방을 얻어 짐을 들여 놓고 살기 시작했다. 그때가 초봄이었다. 농번기가 시작되어 일이 많았다. 나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날마다 일 하러 다녔다. 고추 심는 일, 담배 심는 일, 누에치기, 보리 베기, 콩밭메기, 모심기 등 여러 가지 일을 가리지 않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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