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누리에게.
세살바기인 네가 엄마 옆에서 새록새록 자는 모습을 지켜본 이 아빠는 참으로 마냥 행복하단다. 네가 태어났을 때 엄마와 아빠는 유아영세를 고려했었단다.
엄마 아빠가 신앙생활을 한지 10여 년이 흘렀고 성당에서 만나 혼인성사를 받았음에도 아직 너에게 유아영세를 받도록 하지 못한데에는 이유가 있단다. 하지만 우리 누리가 아름답고 착하게 자라길 언제나 하느님께 기도하고 있단다.
우리는 성가정을 지향하고 있지.
이제 낯가림도 하지 않고 재롱을 부릴 정도가 되었으니까 미사 참례 때마다 열심히 데리고 가야겠지. 우린 신앙과 함께 너를 착하고 예절바른 어린이로 키울 생각이다.
미사 참례 때에 어린아이들이 성당을 마구 뛰어다녀도 내버려두고 기도에만 열중인 엄마 아빠들이 많지. 그뿐인줄 아니? 식당이건 전철이건 요즘 부모들은 아이들을 너무 방임하고 있는 것만 같아. 마구 행동하는 아이들을 보면 그 부모들 역시 예절도 예의도 없이 마구 행동할 것이라는 생각이 당연히 들꺼야.
요즘 소위 어글리 코리언들이 나라 망신을 사고 돌아다니는 것도 다 그 이유 아니겠니? 언젠가 잼버리 대회에 참석하러 왔던 일본 어린이들이 한 말에 낯이 뜨거워 진다. 『한국 아이들은 왜 그렇게 버릇이 없어요?』
엄마와 아빠는 너를 정형화된 틀에 가두지 않고 개성있는 소녀로 키울 작정이란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웃과 남을 항상 배려할 줄 알고 예의도 예절도 생각하는 어린이로 키우려고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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