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살림과 아이들은 시어머니께서 보살펴 주셔서 나는 일만 다녀도 마음이 편했다. 비록 방 한 칸에서 여섯식구가 지냈지만 날마다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몸만 성하면 살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해 가을 방 두 칸 짜리 조그마한 초가집을 사서 이사했다. 땔감 나무를 모아 부엌 나뭇간에 쌓아 두고 여름동안 벌인 돈으로 양식도 준비하고 겨울을 보냈다. 그리고 봄이 되어 농번기가 되자 다시 일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이렇게 사는 것도 복이라고 이제 조금 재미있게 살려는데 갑자기 온 몸이 붓고 숨이 차는 등 몸이 이상해졌다. 한약방에 가보니 해산요독이며 심장염이라고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당분간 쉬면서 한약으로 치료를 받았다. 약을 먹는 동안에는 친구들 집에 가서 쉬었다. 얼마 후 몸이 좋아져서 집으로 돌아와 다시 일을 시작하였다. 집안에 텃밭이 있어 친정에서 여러가지 씨앗을 얻어 씨를 뿌렸고 몸은 아파도 집안 일은 물론 남의 일도 많이 다녔다.
이곳으로 이사와서 돼지도 길르고 토끼도 닭도 길렀다. 나도 이젠 앞으로 부자가 될 수도 있다는 꿈이 있었다. 그러나 이것으로만은 우리 식구가 살기엔 너무 부족하고 어려웠다. 이곳으로 이사온 후로 식구가 하나 더 늘었다. 남편도 처음에 1년정도는 일도 잘 하더니만 조금 지나니 일도 하지 않았다. 예전처럼 자는 것과 술먹는 것 밖에 몰랐다. 아이들 보고 날마다 술주전자 들려서 술 받아 오라고 야단치고 술이 취하면 식구들한테 술주정이나 부렸다. 왜 술 먹고 식구들을 못살게 구느냐고 하면「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술 없이는 못산다」고 할 정도로 술에 찌들려 있었다. 나는 술하고 살지 왜 결혼은 해서 여러 사람 고생시키냐면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고 많이 미워했다.
힘들기는 하지만 봄 여름 농번기가 되면 일감이 많아서 일을 하다 보면 마음이 편하지만 농번기가 끝나면 살 길이 막막해지곤 했다. 여름내 혼자서 일을 해봐야 그때 그때 여러식구들 생활하기 빠듯하고 겨울 양식이 부족하여 어쩔 수 없이 빚을 지곤 하였다. 그래서 나는 겨울에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동네 아주머니의 소개로 그 아주머니가 다니고 있는 식당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나는 식당일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다녔다. 주인 아주머니도 참 좋으신 분이셨고 아가씨도 여럿 있었고 여러 사람이 일을 하는 식당 이었다. 그런데 나는 처음엔 그곳에서 사용하는 용어들을 몰라 어리둥절했는데 주인 아주머니께서 차근차근 가르쳐 주셨다. 그리고 일을 잘한다고 칭찬도 많이 해주셨다.
이렇게 1년을 보냈는데 내 몸에 또 이상이 생겼다. 그래서 식당일을 그만두고 친구들한테 또 신세를 지면서 쉬었다.
『나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살려고 노력하는 죄밖에 없는데, 노력하며 남한테 아쉬운 소리 안하고 살려고 하는데, 내 몸이라도 성해야 우리 식구들이 살텐데, 우리 식구들 어떻게 살라고 자꾸만 아픈것일까』하며 모든 것이 원망스러웠다. 자꾸만 몸이 붓고 숨이 차고 어지러웠다. 그리고 온몸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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