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인 아들의 학기말 시험 첫날에 한문시험이 있었다.
그저 아는만큼이라도 다쓰고 오길 바라며 학교로 보냈는데, 그랬는데…집으로 돌아온 아들이 시험을 망쳤단다. 뭘 못 썼기에 그렇냐고 물었더니, 이 일을 어쩌랴, 관광(觀光)이 틀렸다는 것이 아닌가.
다음 한자의 뜻을 쓰시오 하는 문제였는데 관광의 뜻을 잘못 썼다니. 도대체 그 쉬운 뜻을 뭐라고 썼기에 틀렸다는 것인지가 궁금했다.
「뭐라고 썼는데?」
「빛을 본다」
내가 이 녀석도 아들이라고 길렀나 싶었다. 다른 지방이나 나라의 풍광 또는 풍습을 구경함이라는 사전적인 해석까지는 아니어도 좋다. 하다 못해 경치좋은 곳을 찾아가서 구경하는 것 정도는 썼어야 하지 않을까. 그도 아니면, 아줌마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술 먹고 춤추면서 설악산에 놀러가는 거라고 쓸 수도 있지 않았을까 말이다, 그런데「빛을 본다」라니.
어이가 없어서 앉아 있는데, 이 말을 듣고 난 남편의 말은 나를 더 화나게 한다. 돼지 가운데 가장 머리 좋은 돼지의 지능지수(IQ)가 80이라더라, 그런 말을 하면서, 저 녀석이 돼지가 아니면 아마 천재인 게 분명하다고 킬킬 거리며 웃지 않는가. 에미는 자식 성적이 조금이라도 올라가기를 바라는 마음 뿐인데, 아비라는 사람은 아들을 놓고 돼지 아니면 천재인 것 같다면서 태평이다. 그 한가운데서 아들은 관광을「빛을 본다」란다.
아이를 데리고 오죽 놀러다니질 않았으면, 중학교 2학년이나 된 아들이 관광조차 모르랴 싶으면서도 마음은 편할 수가 없다. 남들 다 떠나는 피서철이라는데, 관광을「빛을 본다」라고 답을 적는 아들을 위해서라도, 말 그대로 빛을 보러 떠나야 할까 보다.
지금까지 수고해주신 한석청씨께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주부터는 번역가 이성순씨께서 집필해 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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