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기지 건설 문제로 뜨거운 감자가 된 제주 강정마을은 교회 안에서도 불편한 시선이 교차하는 곳임이 분명하다.
지난 17일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가 마련한 ‘시복시성 기원 제주 도보성지순례’ 여정 중에 찾은 강정마을은 순례자들에게도 불편한 상념을 품게 하기에 충분했다. 굴삭기와 덤프트럭 등이 쉼 없이 오가는 구럼비 바위를 바라보며 순례자들은 저마다 다른 생각에 빠진 듯한 모습이었다. 묵주기도를 바치며 눈물짓는 신자가 있는가 하면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놓는 이들도 있었다. 이른바 ‘데모’하는 신자가 있는가 하면 반대편에 선 신자가 있고, 지지하는 성직자가 있는가 하면 반대하는 성직자도 있고….
하나의 교회를 얘기하면서도 나눠져 있는 교회를 극명하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이 바로 강정마을이다. 그런 점에서 강정마을은 오늘을 살아가는 신자들에게 좋은 학교가 될 수 있다.
기자는 수많은 시선이 교차하는 강정마을과 같은 현장을 대할 때마다 떠나지 않는 생각이 있다. ‘세상 속의 교회’를 외치면서도 세상 속에 제대로 서길 두려워하는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이 그것이다. 어쩌면 너무도 쉬운 해법을 가까이 두고 있으면서도 잊고 지내는 현실이 부끄러울 때도 있다. 믿음은 98%의 이해와 공감, 2%의 용기로 생겨난다고 한다.
하지만 현실은 하느님에 대한 올바른 이해도, 용기도 부족한 그리스도인의 모습으로 드러나는 게 보통이다. 세상의 복음화를 위해 파견된 존재가 아니라 자신만을 위한 교회를 업고 있는 존재로 치환돼 버린 모습이다.
주님은 말씀하신다. “정녕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 제물이 아니라 신의다. 번제물이 아니라 하느님을 아는 예지다.”(호세 6,6) 당신을 제대로 알려는 노력 없이는 어떤 제물도 반기지 않으시는 하느님을 아는 것에서부터 실마리를 찾아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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