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6월30일 오순절 평화의 마을에서의 봉사활동에 참가한 부산 지산고등학교 1-7반 박정민군의 소감문이다. 이 글을 보내온 담임 고시근(시몬)선생님은 야산 개간, 돼지 사육장 청소, 공동체 생활을 하고 있는 가족방문 등은 학생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으며 이번 봉사활동이 자기자신을 돌이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또한 고 선생님은 많은 학생들이 사회봉사에 관심을 가지고 봉사활동에 참여, 바람직한 인성 함양에 도움 받기를 바랬다.
지난 일요일 매우 화창한 날씨였습니다. 그러나 한낮은 푹푹지는 여름날 이었습니다.
학급에서 봉사활동을 가기로 한 그날은 비록 더운 날씨였지만 내 손으로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자부심을 안고 부산역으로 향했습니다.
막상 부산역에 도착하고 보니 고생길에 접어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선생님과 함께 늦게 기차를 타는 바람에 앉지도 서지도 못한 상태로 창밖의 풍경을 보면서 목적지인 평화의 마을로 향했습니다.
드디어 평화의 마을에 도착했을 무렵 우리는 조금 엄숙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수녀님의 소개로 봉사활동의 하루 일정은 시작되었습니다.
이 곳은 만18세에서 60세까지의 오갈데 없는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이런데서 하루쯤 죽어라고 고생해도 괜찮을 거야」하며 평화의 마을에 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남을 위해 땡별 아래서 한번 정성껏 일해 봅시다」라는 말을 끝으로 노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안내하시는 아저씨의 말을 들으면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는데 곡괭이로 잡초나 웬만한 풀은 뽑아버리고 흙을 파일 수 없을 만큼 땀이 흘러내렸습니다. 12시를 넘기자 애들도 나도 힘이 부쳐 몹시 피곤하였습니다. 하기야 이런 일에 「프로」가 아닌, 매일 14시간을 학교의 책상 앞에 앉아 있어야만 했던 우리로서는 지칠만도 했습니다. 심지어 「아, 공부하고 싶다. 와 죽겠다. 차라리 대학에 안간다」등의 불평들이 터져 나왔습니다.
학교에서든 교외에서든 점심시간은 행복했습니다. 밥맛은 정말 일품이었습니다. 목이 말라 물을 먹기 위해 잠시 내려왔을 때 평화의 마을 사람들이 걷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걷는 모습이 마치 바보 같았으나 웃을 수는 없었습니다. 저런 모습으로 세상을 등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아직도 많이 있다는 말에 좀 기분이 씁쓸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난 부모님 밑에서 아무 걱정없이 공부하고 있는 행복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조금 있다가 우리는 세 팀으로 나뉘어 요양원생들이 생활하는 방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방바닥에 주저앉아 잘 움직이지 못하는 분,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분, 얼굴 표정이 아예 마비되어 뜻대로 표정을 짓지 못하는 분, 모두 가엾기 짝이 없었습니다. 우리들은 조금이나마 이분들을 즐겁게 해 드리기 위해 노래도 부르고 박수도 쳤습니다. 그들이 우리와 함께 하는 시간은 정말로 행복한 시간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윽고 기차 시간이 가까워지자 선생님께서 돌아갈 시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돌아오는 기차안에서, 우리는 피곤하여 거의 다 쓰러져 잠을 잤습니다. 곡괭이로 작업하는 바람에 부르터진 손바닥을 보면서, 점수를 따기 위한 봉사활동이 아니라 진정으로 남을 위한 고된 하루였다 생각하니 마음이 흐뭇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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