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이었다. 독일에서 오래 살다 온 분이, 손가락 넣어서 돌리는 전화는 이제 한국에는 없네요 하는 게 아닌가. 그러고 보니, 그 손가락 넣어서 디르르르 디르르르 하고 돌려대던 전화기는 이제 우리의 주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어디 그뿐인가. 휴대폰이 거리에 넘친다. 「우리의 정보통신 산업이 이만큼 발전했오」하는 뜻이라면 모를까, 아무리 보아도 썩 보기좋은 모습이 아닌데도, 이 거리를 걸어가며, 저 골목에 서서 전화들을 한다.
어디 전화만일까. 언제까지 그 사용법을 배우면서 따라가며 살아야 하나 싶게 여러 첨단 기기들이 나타나고 사라진다.
팩시밀리가 일반화 되기 전, 어느 여사무원이 겪었던 일이다. 팩스로 서류를 보내라니까. 보내는 방법대로 하기는 했는데, 이 서류가 안으로 사라지는가 하더니 도로 빠져나오는 게 아닌가. 팩스로 보내는 건데, 갔으면 서류가 사라져야 하는데 가지는 않고 다시 빠져나오니, 이게 왜 안가? 하면서 넣고 또 넣고… 상대방 회사에서는 왜 자꾸 똑같은 걸 보내냐면서 화를 내고…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어느 회사에서, 서류를 종이에 만들어 오곤 하는 부하에게 부장이, 『컴퓨터에 올리라구!』하며 호통을 쳤단다. 그랬더니 얼마 있다가 보니까 이 부하가 서류를 컴퓨터 위에 올려 놓고 갔더란다.
매체들 그 가운데서도 통신매체의 발달이 눈부신 요즈음이다. 자고나면 낯선 것들이 새롭다는 이름으로 「날 써 주세요」하며 우리 앞에 서 있다.
자동차 운전을 할 줄 모르고 컴퓨터에도 캄캄한 내 옆에서 그래도 여전한 것은 아침의 우유배달 아저씨와 조간신문을 넣는 아줌마의 자전거 뿐이다.
새 것 좀 안 쓰고도 살 수 있는 세상이 차라리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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