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의 대형화가 사목자나 신자 모두에게 많은 어려움과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일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한 조사보고가 최근 발표됐다.
가톨릭 신앙생활연구소가 대표적인 본당 대형화 지역인 서울대교구 본당 사제, 수도자, 신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천주교회 본당 대형화 실태」조사에 의하면 교회의 가장 시급한 당면문제로 사제와 수도자의 34.4%가 신자수 과다로 인한 사목상 어려움을, 그리고 평신도의 28.5%가 본당 신자수 과다로 인한 친교의 어려움을 지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어려움을 해소하는 한 방안으로 본당의 분가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사제, 수도자들의 경우 3천명 이하 본당이 25%, 5천명 이하 31.6%, 7천명 이하 52.2%, 1만명 이하 93.8%로 신자수가 많을수록 분가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사목자나 신자들이 본당 대형화로 인한 여러 문제점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쉽게 개선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성직자들의 수와 본당 분가에 따른 재정확보 등이 가장 큰 난제로 떠오른다. 곧 아무리 한 본당의 신자수가 많아도 분가될 새 본당을 사목할 사제가 없다면 공염불에 그치고 만다. 또 부지 구입과 성당 신축에 최소한 수십억원이 소요되는 대도시 지역이라면 여러개를 분가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일만도 아닐 것이다. 그러기에 대형본당들이 궁여지책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인근 신자들끼리라도 친교를 맺고 살도록 하자는 소공동체 운동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점에 청주교구에서는 면단위에 본당을 꾸준히 신설해 양질의 사목을 펼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주민 2만명당 본당을 하나씩 설립한다는 목표아래 추진해온 결과 본당 신자수는 3백명에서 1천명 안팎으로 소형의 공동체를 자연적으로 형성, 대형 본당들이 안고있는 문제점들을 출발부터 해소하고 있다고 한다.
청주교구가 이처럼 소형 본당설립과 양질의 사목을 성공적으로 전개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교구장 정진석 주교의 전폭적인 지원과 사제성소자 증가, 그리고 해외유학을 다녀왔거나 10년이상 사목경험이 있는 중견 사제들의 적극적인 자원(自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따라서 사제의 증가와 일선에서 뛸 사제들이 확보만 된다면 도시의 대형 본당들도 얼마든지 소형으로 분가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 청주교구의 모범이 다른 교구들에도 시급히 확산돼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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