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동포들에게 국수를 나누어 주자는 운동이 오늘 주일부터 서울대교구 전 본당에서 일제히 시작됐다.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이 운동은 향후 2년간에 걸쳐 계속된다고 한다.
왜 하필이면 북한 동포에게 밥이 아닌, 국수를 나누어 주자는 것인지 얼른 납득이 가지 않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밥보다 국수는 값이 저렴하고 손님을 접대하는데는 좀 가벼워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수는 근기(根氣)가 약해 평소에도 영양이 부족한 북한 동포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수를 나누자는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는 듯 하다. 하나는 북한 사람들이 국수도 못 먹을 만큼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는 사실이고 또 하나는 이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동참하자는 뜻으로 풀이해 볼 수가 있다.
실지로 우리의 한 끼 식사에 해당되는 4천원이면 북한주민 한 사람이 한 달간 먹을 수 있는 국수를 마련할 수 있다고 한다. 쌀은 아예 기대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기댈 것이 국수라고 볼 때 국수나누기는 곧 생명 살리기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운동에 참여하는 신자들이 한 끼 식사 값이면 비교적 쉽게 또 지속적으로 동참할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착상인 듯 하다. 구체적으로 매월 급료에서 0.2%씩 봉헌하자는 제안은 그다지 무리하게는 들리지 않는다. 민화위는 2년간 이 운동을 계속한다는 방침인데 그것은 북한의 수해 복구에 소요되는 시간을 계산한 것이라 한다.
이 운동을 추진하면서 민화위가 북한 동포와의 국수나누기는 시혜적이고 자선적인 측면에서가 아니라 같은 동족이라는 인도주의적 입장과 사랑을 실천해야 할 신앙적인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로 여겨진다.
금년 6월 한 달간 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가 『굶어 죽어가는 북한 동포들에게 쌀을 보내 우선 그들의 목숨을 살려놓고 봐야한다』는 담화와 함께 전개된 모금에 이어 다시 시작된 국수나누기는 남과 북의 단절과 불목과 증오를 치유하는 촉진제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번 국수나누기는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회가 주최하는 운동이긴 하지만 북한 동포와 함께하는 일이라면 구태여 교구나 본당 등을 따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전국 모든 신자들의 적극적인 국수나누기 동참이 요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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