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일은 무척 힘들었다. 그러나 나는 남들도 다 하는데 나라고 못할 것이 없다고 다짐하면서 열심히 일했다. 이렇게 여름과 가을이 가고 겨울이 되었다. 나는 다시 시장 안에 있는 한식집으로 일자리를 옮겼다. 집과는 가까워서 아이들을 자주 보살피며 일할 수 있었다. 이 식당은 개업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장사가 잘되어 내가 일속에 파묻히는 느낌까지 들었다. 어디를 가던지 나는 일 잘하고 착실하다고 칭찬 들었다.
나는 여름만 되면 습진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그동안 나는 안 먹고, 안 쓰고, 아이들 옷도 얻어 입혔고 먹는 것도 식당에서 남은 음식을 가져다 먹였다. 남들이 일하지 않고 쉴 때에도 나는 많은 일을 해야 했고 남들이 놀러 갈 때에도 재미있는 텔레비전을 볼 때에도 일만 했다. 몸이 아파도 쉬지 않고 일하면서 몸이 부수어지듯 아플 때는 왜 나에게는 복이란 복중에서 좋은 복은 하나도 주시지 않고 일복만을 주셨냐고 하늘을 원망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니 일복도 좋은 복이었다. 몸이 건강해야 일도 할 수 있으니까 건강이 가장 좋은 복이었다.
이렇게 몇 년이 지나가고 나는 아이들과 살고 있는 집이 너무 험해 비가 새고 위험하여 다른 집으로 전세를 얻어 이사했다. 그리고 그 해 여름 아이들 아버지가 다시 앓기 시작했다. 술만 좋아할 뿐 식사는 먹지 않고 가끔 대소변까지 제대로 가리질 못했다. 더구나 나도 몸이 자꾸 붓고 약해지기 시작했다. 일을 마치고 집에 가면 불길하고 공포에 쌓이고 잠이 잘 오질 않았다. 일을 할 때엔 공중에 붕 떠있는 기분이었다. 나도 몸이 약해져서 아픈데도 많고 소화도 잘 안 돼 먹지도 못했다. 자려고 하면 몸은 고단한데도 무서운 생각만 들고 잠이 쉽게 들지 않았다.
이 무렵 나는 신평본당에서 사목하고 계시던 윤 신부님을 뵙게 되었다. 윤 신부님은 나를 몇 번이고 성당에 나오라고 말씀하셨지만 나는 다닐 수가 없다고 말씀드렸다. 죄가 많아서 하느님을 믿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해 여름이 지나고 추석 때였다. 나에게 큰 시련이 또 닥쳤다. 추석 전날 밤, 아이들 아버지가 밤새 한숨도 자지 않고 소리를 질렀다. 언제나처럼 또 술 먹고 식구들 잠도 못자게 소리 지른다고 핀잔만 하고 그냥 내버려 두었다. 다음 날 아침, 심상찮았다. 베개를 쥐어뜯어 놓고 손도 오그라지고 말도 못하고 무엇이든 손에 닿기만 하면 쥐어뜯기만 했다.
아이들과 간신히 추석 아침을 보내고 할머니 산소에 다녀와서 남편과 함께 병원으로 갔다. 병원에서 3일간 입원했다가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큰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엄마를 돕겠다면서 빨래도 하고 동생들을 보살펴 주었다. 또 새벽에 신문배달을 하느라 고생이 많았다. 남편의 몸도 차츰 좋아졌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심상치 않은 점이 많았다. 말도 이상한 소리만 자꾸 하고 행동도 이상했다. 나는 남편과 한 방에서 자려고 하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운 생각이 들어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한 달쯤 지났을 때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나에게 막내딸이 전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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