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동네의 오웅진 신부가 TV에서 좋은 말씀을 하는 것을 시청한 적이 있었다. 몸이 썩어 구더기가 있는 사람, 옷을 겹겹이 껴입은 거지, 정신병자 등등 누구도 마다않고 품어 안으셨다는 얘기를 듣고 나 자신을 생각해 보니 얼굴이 달아오를 정도로 부끄러웠다.
얼마 전 내가 속해 있는 단체에서 동네에 사는 노인 부부를 방문하게 됐다. 그 부부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종이 박스 병 등을 주워서 생계를 유지하는 어려운 이웃이었다. 방은 누추했고 할아버지는 피부병 때문인지 피부가 말이 아니었다. 6명이 앉기에 너무 좁아 다닥다닥 끼어 앉아 기도를 드리고 집에 오자마자 입었던 옷을 벗어 빨고 목욕을 했던 생각이 나서 부끄러웠다.
언젠가 성인전에서 읽은 이야기가 생각났다. 성인이 잠을 자는데 문을 두드려 열어 보니 악취가 나고 피부에는 고름이 흐르는 더러운 거지가 재워달라고 청하여 재워주었는데 그 거지가 자기를 침대에서 같이 껴안고 자 달라고 하여 성인은 냄새나고 고름이 흐르는 거지를 껴안고 잤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거지는 간데없고 십자가가 품에 안겨져 있고 아름다운 향기가 진동했다는 얘기인데 나는 빈껍데기의 허울 좋은, 장식에 불과한 신앙생활을 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됐다.
진실한 사랑으로 어려운 이웃을 대하지 못하고, 어려운 이웃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말로만 우아하고 고상한 척 좋은 얘기하고, 실천을 제대로 한 것이 없는지 반성을 하게 됐다.
이 깨달음이 얼마나 오래갈지 또 잊어버리고 오만 떨다가 언제 또 깨달을지 모르겠다. 이렇게 반복되다가 소중한 인생을 허비하는게 아닌지 모르겠다. 주님 앞에서 비록 문제아일지언정 주님께서 더욱 성숙하게 해주시길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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