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신문 창간 70주년 기념 전국 청소년 도보 성지순례 참가자 백일장 당선작 5편을 연속 게재한다
첫번째로 영예의 장원을 수상한 최정훈(알렉산델)군의 수필 「김대건 신부의 죽음」을 소개한다. 1코스 1조에서 성실히 순례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준 최군은 이 글을 통해 김대건 신부의 장엄한 순교 모습을 사실감 있게, 신앙 가득한 모습으로 그려냈다. 우리는 이 글에서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그 어느 것보다 컸기에 죽음으로 천국에 다다르는 김대건 신부의 살아있는 신앙을 엿 볼 수 있다.
<편집자 주>
첫번째 칼자국이 목에 드러났다. 그때 주님이 눈물을 흘리셨고 새남터 강변의 모래 알들이 울었다. 하지만 그는 마음속으로 웃었다…
「이제 주님을 만나게 되는구나」
두 번째 칼날이 목을 내리쳤다. 죽도록 아팠다. 하느님의 천사가 슬픈 날개 짓을 하며 내려올 준비를 했다.
또 그는 마음속으로 웃었다. 「이제 조금만 참으면 된다. 기쁘구나…」. 머릿속이 부옇게 흐려졌고 눈은 환한 빛을 맞이했다.
세 번째 칼이 떨어진 것이었다. 너무 아팠다. 굉장한 고통이 있다. 앞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듯 했다. 고개들어 쳐다보니 그립던 주님이셨다. 기뻤다. 하지만 고통에선 해방되지 않았다. 주님이 우시며 그의 떨어져 나가려는 목을 잡으셨다. 순간 고통은 사라졌다.
『역시 그분이셨구나』. 『주님 기다렸습니다…주님…』. 큰 기쁨이 온 몸을 감쌌다.
주님은 계속 우셨다. 이상했다. 구원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았고 너무 슬퍼 보여 차라리 주님이 비참하게 느껴졌다.
『왜 그러세요. 주님을 위해 전…』. 『대건아! 이제 됐다. 이 악의 지배 아래 쓰러진지 오래구나. 이제 그만 됐다. 대건아…미안하구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주님은 그런분이 아니십니다. 오! 나의 주님이시여, 전 압니다. 주님이 절 구원해 주실것을 아니 우리 민족을 구원해 주실 것을…, 전 압니다. 주님 절 도와 주십시오. 오 주님…』
-주님이 우시며 그의 떨어져 나가려는 목을 잡으셨다. 순간 고통은 사라졌다-
대건의 눈에는 가득 눈물이 고여 있었고 그의 목은 금방 떨어질 것처럼 너덜너덜하게 붙어 있었다.
그때였다. 하늘의 구름이 모여 천사의 모습이 되어 그의 앞으로 아름답게 내려왔다.
그리곤 그 슬퍼보이는 주님의 얼굴이 머리에서 사라졌고 천사가 『장하구나, 대건아… 조금만 참거라, 하늘이 너를 맞아 줄 것이다. 너의 고통을 같이 나누는 하늘의 수많은 천사들과 주님이 기다리신다. 조금만 참아라, 조금만…』
천사가 그를 축복하여 용기를 불어넣으시고 힘을 주신 뒤 승천하셨다. 그는 편안했다. 더욱더 용감해졌으며 천사에게 감사하며 행복을 느꼈다. 하지만 또 다른 고통의 칼자국이 목을 찔러 틀어 박혔다.
몸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몸을 살펴보았다. 그의 온몸은 불타고 있었으며 등 뒤에서 누군가 그를 처절히 부르고 있었다. 등을 보니 불타는 얼굴이 나타나고 있었다.
『어머니…』할 말이 없었다.
대건의 어머니는 그에게 소리쳤다.
『대건아, 너의 고통받는 그 비참한 모습, 나로써는 피눈물 흐르고 심장이 터질듯 슬프구나, 넌 너무 고통스러워하고 있어. 더이상 볼 수가 없구나, 날 봐서라도 이제는 주님을 잊어라, 고통받는 게 그렇게 좋은 거냐. 대건아 흑흑흑』
『어머니… 제가 주님을 위해 살았고 주님을 위해 수 많은 고통을 싸워 이겨냈습니다. 어머니 제발 슬퍼하지 말고 꿋꿋하십시요. 제가 주님을 위해 이 한 목숨 바치거늘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어머니… 그런 생각은 추호도 마십시요. 제발 어머니』
그는 눈물을 흘렸다. 크게 흔들린 마음에 버텨내어야 했다. 눈물이 그를 조금이라도 위로해 주었다.
『어머니 제발 그말만은…』
눈물이 볼을 따라 가슴까지 흘러 다다르자 이내 그 뜨거움은 서서히 사라져갔고 불꽃과 그의 어머니 얼굴도 점점 사그라져 갔다. 「배교해라」라는 울부짖음과 함께…
-어머니, 그런 생각은 추호도 마십시요. 제발 어머니-
크게 약해진 그는 믿음 하나로 계속 버티어 나갔다.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중 또 다른 고통이 몸을 싸늘하게 만들었다. 어느 순간인가 앞의 모래알들이 어떤 형태를 만들어가며 고함을 치며 움직이는 힘을 느낄 수 있었다.
『김대건!』꾸짖는 듯한 목소리였다. 『날 잊었는가』그는 놀랐다. 함께 공부하다 병으로 죽은 사랑하던 동료 최방제였다. 『방제…』. 『대건아 대체 자네 왜 그러는가. 날 봐서라도 제발, 신부가 된다는 꿈에 매달렸지만 끝내는 이렇게 죽어있네. 너도 그렇게 된다는 걸 모르는가. 배교해, 배교하란 말일세』. 소름이 끼칠 정도로 비참히 애원하는 목소리였다.
『방제, 하지만 나도 그렇게 된다면 아아 믿지 못하겠네.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우리의 주님은 그런 분이 아니지 않는가. 방제, 자네가 어떻게. 아닐세. 잘못된 일일세. 아니 만약 그런다해도 난 순교하겠네. 주님을 사랑하는 내마음, 더이상은 그런 말은 하지 않길 바라네. 그만 가보게나』. 대건이 말했다.
『자네가 어떻게 나의 죽음이 그렇게 자네에겐 아무것도 아니었단 말이지. 실망했네. 순교하든 살든 마음대로 하게나』
모래알들은 다시 자리를 찾아갔고 시간은 흘렀다. 그는 생각했다. 「주님」그리고 「어머니」그리고 「방제」.
-천주님의 영광과 영혼들의 구원을 위해 이 한 몸 바치었나이다.-
아름다운 멜로디가 울렸다. 노래소리였다. 『주님』무의식적인 그의 신음소리였다. 눈이 스르르 감기려 할 때쯤 따뜻하게 느껴지는 손길이 그의 목과 얼굴을 감싸며 돌았다.
『주님』다시 말했다. 『대건아 이제 마지막 준비를 하거라』주님의 말씀이 끝날 때 쯤이었다. 노래소리는 더욱 크게 들렸고 환한 빛으로 눈이 뜨여졌다. 눈앞엔 이미 낙원의 길이 펼쳐져 있었다. 천사들이 낮게 떠서 사랑의 불기둥을 받쳐 그가 일어나 낙원의 문에 가기를 바라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성가를 부르고 있었다. 『이제 일어나서 갈 시간이구나. 모든것이 끝났다. 수고했구나, 사랑하는 나의 아들 대건아』
그가 일어섰다. 아무런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천주님의 영광과 영혼들의 구원을 위해 이 한 몸 바치었나이다』. 낙원의 문은 그가 걸어감에 따라 서서히 빛을 내며 열리기 시작하였고, 문에 다다르자 문이 활짝 열리며 아름다운 빛을 뿜어 냈다. 문 앞에서 대건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문 앞에는 동료 최방제가 마중나와 기쁜 사랑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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