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교구가 정부를 상대로 힘겹고 외로운 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영광 핵발전소 5, 6호기 추가건설을 반대하는 기도회를 8월 5일부터 9월 6일까지 교구 전 본당에서 전개하고 있는 가운데 2호기 고장사고가 발생, 이중의 투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2호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원전 측은 방사능 누출이 전혀 없다고 발표했다. 광주대교구 정평위가 방사능 누출 사실을 폭로하자 그때서야 『미량(微量)의 누출이 있었으나 안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둘러댔다.
현재 반핵운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는 이 곳 주민들과 사회, 환경단체들 및 우리 교회는 크게 두 가지 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하나는 원전이나 과기처등 정부 측을 어느 정도로 신뢰할 수 있느냐 하는 점이고 또 하나는 과연 지금까지 냉각수에 섞여 누출된 방사능이 허용치 이하로 생명체들에 아무런 지장이 없을까 하는 점이다.
이 두 가지 면에서 모두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먼저 2호기 고장사고 자체를 숨기려 한 것은 정부를 신뢰하기 어렵게 한다.
이번에 우리 교회 측이 폭로하지 않았다면 그냥 지나치려 한 것이 사실이다. 왜 고장이 나면 즉시 정직하게 그 내용을 밝히려 하지 않고 숨기려고만 하는가? 원전 측은 주민의 안전을 위해서라지만 그것은 정당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 계속 숨기고만 있다가 어느 순간 불의의 사고를 당하기보다는 정확히 알고 미리부터 대처하는 편이 훨씬 현명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이번 사고는 오래된 세관(細管)의 부식으로 냉각수가 누출되면서 그 속에 방사능이 섞여 나왔는데 그 총량이 얼마이며 그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 명확한 해명이 없다. 기술이나 능력이 못 미쳐 누출량을 측정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역시 주민의 안전을 위해 조사된 내용을 밝히지 않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우선 정부는 이번 2호기 고장사고에 대한 전반을 숨김없이 밝혀야 한다. 필요할 경우 반핵단체가 추천하는 사람들이 진상을 조사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참으로 원전이 안전하고, 누구나, 어느 지역에서나 환영받을 수 있는 것이 못 된다면 5, 6호기 추가건설은 포기해야할 것이다. 선진국들처럼 대체에너지 개발과 기존전력의 효율적 사용 등을 재검토해야 한다.
반핵(反核)은 바로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생존에 관계되는 일이기에 광주대교구만의 일일 수는 없다. 우리 교회 전체의 적극적인 동참이 있어야 할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