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51주년을 맞는 시점이지만 일본군 위안부들의 아픔은 치유되지 않고 있다. 일본군의 야만적인 폭행 앞에 겪어야만 했던 이들의 굴욕적인 고통에 대한 명예회복도 중요하다. 이와 더불어 반백년이 지나도록 계속되고 있는 이들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덜어주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지난 주 본보 보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에 신고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1백60여 명 중 80%가 가족의 보살핌 없이 생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들 중 대부분이 성병, 구타로 인한 외상, 대인공포증 등 육체적 정신적 후유증을 앓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신고 피해자들을 생활보호 대상자로 지정, 매월 생계 유지비를 지급하고 있지만 이들 중 상당수가 생활고를 겪고 있으며 충분한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의 따뜻한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 천주교회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총리에게 직접 항의서한을 보내는 등 적극성을 보여왔던 것이 사실이다. 93년4월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가 주한 일본대사관과 일본 가톨릭정평위에 일본정부의 반성과 사죄촉구 서한을 보낸 것을 비롯 한국교회의 최고 어른이라 할 김수환 추기경과 7천여 수도자들의 대표기관인 한국 여자수도 장상연합회가 계속적으로 일본총리에게 항의서한을 보내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입장을 천명해왔다. 또 새 세상을 여는 천주교 여성공동체는 22개 가맹단체와 함께 92년 1월부터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를 정례적으로 가져오는 한편 국내외 민간단체들과 연대운동을 벌여오고 있다.
이 같은 노력과 함께 우리 교회는 생존해 있는 일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의 영육간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들이야 말로 가난하고 연로한 여성들이며 돌봐줄 사람이 없는 소외계층이기 때문이다. 특히 보건복지부에 신고된 피해자 중 70%에 해당하는 지방 거주자들은 수도권지역에 살고 있는 피해자들에 비해 무료진료 등 제 단체들의 지원을 받기가 더 어려운 실정이라는 점에서 각 교구 신자들의 애정 어린 보살핌과 사목적인 배려가 요청되고 있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각 교구 사회복지회 및 가톨릭 의료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을 치료해주고 후원해 주면 좋겠다. 또 정신적 소외감에서 오는 외로움과 쓸쓸함은 물론 자존심의 훼손이 큰 만큼 정기방문팀을 조직해 따뜻한 위로와 기도로써 이들이 여생을 편안히 보낼 수 있도록 해 주는 일은 신앙인 된 본분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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