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 중독된 남편과 과외공부에 갇혀사는 두 딸을 구제하기 위해서라도 피서를 간다면서 친구가 동해안으로 떠났다. 그리고 2박3일 후 돌아온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집 밖이 지옥이더란다.
그때 문득 말해주고 싶었다. 『얘 그렇지 않아 지하철과 시내버스 한번 갈아타면 시원하고도 그윽하게 하루를 쉬다 올 수 있는 천국도 장안에 있어』
북한산 골짜기에 있는 예수고난회 명상의 집을 두고 한 생각이었다. 더구나 그곳에는 코끝에 싸하게 와닿는 산공기의 맛이 있다. 어디 그 뿐인가 한낮이 되면 공짜로 점심까지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매월 첫주 금요일이면 명상의 집은 개방해서 나 같은 사람도 와서 어슬렁거리며 쉴 수 있게 해준다.
「할머니, 오늘 하루 잘 쉬셨어요」라고 시작되는 미사 또한 감동적이다. 말 그대로 보통사람의 이야기로 강론을 펴시는 신부님의 말씀도 그렇게 진솔하게 가슴깊이 와 닿을 때가 없다.
거기 늘 모습을 보이시는 분 가운데, 웃으면 얼굴이 온통 주름바다가 되는 칠순을 넘긴 할머니가 있다. 한동안 모습이 보이지 않기에 내심 걱정을 했는데 수척한 얼굴로 나타나신 그 할머니께 누군가가 인사치레로 한마디 건넸다.
『할머니, 힘드셨나 봐요. 주름이 더 느셨어요』
『으음, 기타 칠려고…』
할머니는 골깊은 주름을 만들며 유쾌하게 웃으시는게 아닌가.
그날 미사시간은 기타줄 할머니가 주인공이 되었다. 봉헌도 없이 이어지는 미사중에 신부님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얼굴 주름까지도 기타줄로 삼을줄 아는 그런 마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게 바로 예수님의 마음입니다』
산을 내려오는 가슴에 그 할머니의 주름살 같은 감동이 파문을 지며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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