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들은 차별대우를 받는 것이 당연한 것인가, 아니면 그들도 자국 노동자와 동등한 대우를 받아야 마땅한 것인가? 우리의 대답은 명백하다. 그들도 자국인과 똑같은 인격적 대우와 법적 보호를 의당 받아야 한다.
그 이유는 모든 인간이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되었고 하느님 앞에서 누구 한사람 예외없이 평등하다는 진리를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나라와 민족, 언어와 종교가 달라도 인간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세상 어디에서나 모두 한결같이 동등하다는 것이 우리 교회의 입장이다.
이런 우리 교회의 입장에서 볼 때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 노동사목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가 8월 10일 정부에 「외국인 노동자 보호법」을 제정하도록 요청한 것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이들 두 단체가 발표한 성명서는 「외국인 산업기술 연수생 제도」를 폐지하고 고용 허가제를 실시할 것과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 관리, 보호를 위해 노동자, 사용자, 공익대표로 구성된 「외국인 노동자 고용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하고 있는데 적절한 요구로 생각된다.
우리는 지난 94년부터 외국인 노동자들을 산업연수생이란 명목으로 입국시켜 소위 「3D」업종에 종사시키면서 열악한 노동환경과 부당한 처우와 법적, 제도적인 불이익을 줘오면서 지금까지 버티어왔다. 현재 10만이 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그동안 온갖 불리한 상황에서 일해오면서 결국은 우리의 산업발전에 이바지한 사람들임에 틀림없다. 이들이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 사람들이고, 또 언제든지 일방적으로 쫓아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서 그들을 우리의 노동자와 동등하게 대우하지 않는 것은 강자의 횡포일 수 밖에 없다. 시쳇말로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는 말 그대로 우리가 독일이나 중동 등지에 나가 외국 근로자로서 서러움 받았던 때가 불과 10∼20년 전 일인데 벌써 다 잊고 지금의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똑같은 행동을 되풀이 한다면 그것은 비인간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지금 우리가 종군위안부 문제로 일본에 대해 계속해서 사과와 정당한 배상을 요구하는 것처럼 지금의 외국인 노동자들도 언젠가는 부당하고 불리한 대우를 받은데 대해 우리에게 배상을 요구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이 같은 현실적인 문제와 세계화를 지향하는 우리의 대외적인 면에서도 외국인 노동자들을 보호하는 입법이 하루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가 그렇게 하지 않을 때 해외에서 일하는 우리나라 근로자들도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없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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