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고령군 우곡면에 자리한 들꽃마을로 봉사를 가던 날, 계속되는 장마 속에서 날씨는 다행히 쾌청했다.
「가톨릭 마창 기술봉사단」이 발족한지 벌써 5년. 내가 활동한지는 3년이 조금 지났다. 9개 본당의 형제자매들이 한 달에 한번 산간벽지의 오지 마을과 공소를 다니며 봉사해오던 나의 마음 한 구석에는 언제부터인가 들꽃마을이 자리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교구에서 실시한 본당 임원 1일 피정과 본당 빈첸시오회 피정 그리고 개인적인 방문을 합쳐 이번이 네 번째이다.
들꽃마을에 들어서자 갑자기 찾아온 이방인들에게 이곳 식구들이 쉽게 알아들을 수 없는 말과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짓으로 우리를 반긴다.
몇 달 몇 해 인지, 오늘을 기다렸다는 듯 고장 난 가전제품들이 모여지기 시작했다. 산더미처럼 쌓인 것을 보니 마음은 무거워지고 손은 더욱 더디어지는 것 같았다.
쳐다보지 않으려고 해도 쳐다보이는 그들을 의식하면서 나도 모르게 『주여, 오늘의 이 무거운 십자가를 주님의 역사로써 가볍게 해 주소서』라고 기도 드렸다.
일을 하는데 방해가 되어 다른데 가서 놀아라고 해도 이들에게는 나의 뜻이 전해지지 않는다. 여느 때 같았으면 벌써 몇 번이고 짜증과 화를 내었겠지만 가벼운 미소와 부드러운 목소리로 변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어느 새 나는 흐뭇한 마음과 행복한 황홀감에 빠져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봉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은 피로하고 힘든 하루였지만 그러나 나의 얼굴엔 어느 새 흐뭇한 보람과 만족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