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영성체 교리 첫날, 초등부 3학년부터 6학년까지 1백명이 조금 넘는 아이들을 모아놓고 시작하게 되었다. 우리 아이들만 그러는지 아니면 다른 동네 아이들도 그러는지 도무지 앞에서 말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앞의 아이와 장난치는 아이, 옆 친구와 싸움까지 벌이는 소동에 소동을 벌이다 마침내 끝나면 가슴이 허전할 정도로 정신이 없습니다. 이제 어떡하지? 한 달이 넘도록 아이들과 씨름을 해야 하는데…
교리가 끝나고 미사시간이면 아니나 다를까 주변 어른들 눈살은 찌푸려지고 주임 신부님이나 신자분들께 왠지 죄지은 것 같고 이 일을 어쩌나? 아니야! 아이들이 원래 그렇지 뭐. 나도 어릴 때 말썽 꽤나 부려서 여러 선생님들을 울리기까지 했는걸.
지켜보는 거야. 아이들도 차차 수그러지겠지…. 아이들이란 생각하는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그야말로 어린아이들인걸! 하지만 점점 목소리에 짜증이 섞이고 『이리 나와 손들고 벌서』『조용히 하세요』『짐승들도 그 정도면 말 듣겠다』. 급기야 달려가서 아프다 싶을 정도로 꿀밤 몇 대! 일순 조용해지는 그리고 서먹해지는 분위기. 평소 생각하고 다짐했던 것들이 한번에 무너지는 순간입니다.
그래도 조용해지기는 한 걸! 이 모습이 유혹으로 살아나 간혹 휘두르는 꿀밤들이 아이들의 머리를 강타합니다. 그리고는 후회하고….
약한자, 그대의 이름은 사제이니. 『어린이와 같이 되지 않으면 하늘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는 생각은 어디에 갔을까?
하느님은 우리 어린이들을 사랑하신다고, 우리의 잘못을 용서하시는 분이라고 강조에 강조를 거듭한 교리는 어디를 가고 주먹만이 난무할까? 아, 하느님의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어리석음이여.
지금가지 수고해주신 이순성씨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주부터는 서울 대림동 보좌 나승구 신부님께서 집필해주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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