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4일 오후 6시30분 서울 혜화동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한국 교회사 연구소(소장=최석우 신부)가 주관한 김대건 성인 순교 1백50주년 기념 전시회장이 폐막과 함께 철거되기 시작했다.
김대건 성인 순교 1백50년만에 처음으로 있었던 그분만을 위한 기념 전시회장이 단 열흘만에 헐리고 만 것이다.
전국 각지에 산재돼 있던 김대건 성인의 유품과 자료들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아져 성인의 삶을 눈으로 피부로 느껴보았건만 다시 산산히 흩어지고 말았다.
최석우 신부는 성인의 유품이 갈갈이 흩어지는 것을 차마 지켜볼 수 없어 김대건 성인의 탄생지인 솔뫼로 피정을 떠났다. 칠십 평생을 한국 천주교회사 아니 김대건 성인 연구에만 몰두해온 노 사제의 상심(傷心)과 허망함을 어느 누가 이해할 수 있을까.
전시회를 기획한 한국 교회사 연구소 측이나 행사를 관람하러 온 신자들 모두는 한결같이 『전시회가 잘 준비됐다』는 만족감보다 『다시 헐리고 말 전시회장에 대한 아쉬움』을 더 많이 토로했다.
교회는 한국의 전통적 신심은 「순교 신심」이라고 자랑하고 103위 한국 순교 성인에 대한 대단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순교 전통의 맥을 이을 신자들을 위한 교육 장소가 변변치 못하다.
물론 절두산 성지와 부산 오륜대 순교자 기념관 등 나름대로 훌륭한 전시장과 성지가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김대건 성인 순교 1백50주년을 맞는 이날까지 그분에 관한 종합적인 기념관 하나 없다는 것은 신자 모두가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이 땅에 복음의 씨가 뿌려진지 2백여 년. 한국 교회의 현실은 이 땅에 얼마만큼 문화적으로, 국민 정서적으로 족적을 남겨 놓았는가. 지금이라도 김대건 성인 기념관을 만들자. 흩어지는 자료들을 다시 모으고 창고로 들어가는 포장을 다시 뜯어 유품들이 다시 숨쉬게 하자.
김대건 성인과 전 신자, 온 국민이 만나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더이상 떠넘기지 말고 오늘 우리 세대에서 만들어내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