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심판은 준엄했다. 전직 대통령 두 명을 포함한 12ㆍ12 및 5ㆍ18사건 주역들이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와 함께 정경유착의 잘못을 엄정히 따져 돈을 제공한 재벌 총수들도 실형에 처해졌다. 한마디로 법은 지위고하나 유전무전(有錢無錢)을 막론하고 평등하게 적용된다는 사실을 보여준 셈이다.
물론 이번 1심판결에 대해 모두가 만족해하는 것은 아니다. 피고인들은 바로 항소를 제기하는가 하면 검찰 측도 구형량에 비해 크게 형량이 경감되고 특히 무죄 판결자가 나온 것에 대해 항소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사건의 직접 피해자들인 유가족들과 광주 시민들은 아직도 진상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고 관련자들 전원이 유죄판결을 받지 않은데 대해 항소심에 기대를 걸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되지 않는다」는 한때의 잘못된 법 해석이 늦게나마 바로 잡아졌다는 사실이다. 또 하마터면 공소시효가 만료돼 영원히 역사 속에 묻힐 뻔 한 사건이 가까스로 법의 심판대에 올려져 진상을 밝힐 수 있게 된 것은 여간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이 땅에 여전히 정의가 살아있고 양심과 도덕이 살아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이번 재판은 우리 국민 대중의 양심과 정의의 승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한 이번 재판은 한 나라의 대통령을 지낸 신분이면 어떤 과오도 「통치행위」라는 보호막속에 집어넣어 은폐하려했던 기도를 여지없이 분쇄했다는 사실이다. 특히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이용, 「정치헌금」의 명목으로 재벌들로부터 거두어들인 수천억 원의 돈이 뇌물로 간주돼 추징당했다는 사실은 그 어떤 정치권력도 법을 초월할 수 없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고 하겠다. 그리고 돈을 준 재벌 총수들도 가차 없이 처벌한 것은 더 이상 경제를 볼모로 그 어떤 부정한 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는 법의 엄정함을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이제 중요한 것은 법과 역사의 심판 앞에 겸허해지는 것이다. 범법자들은 법적인 처벌에 앞서 인간양심에 따른 진정한 뉘우침과 자기반성 그리고 근신하는 삶의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아직도 명백한 잘못으로 밝혀진 사실들을 옹호하려하거나 합리화하려 해서는 안 된다. 과오는 과오로 인정하고 그것을 사죄할 때만 진정으로 용서되고 관용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어떤 사람도 참으로 뉘우치고 용서를 청하는 사람에게 침을 뱉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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