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가보았다. 온몸이 약해져서 뼈속까지 약해지고 심장염에 저혈압으로 피도 부족하고 관절염까지 겹쳐 걸음을 많이 걸으면 안되고 무거운 것도 들면 안된다고 했다. 그러나 나는 하루 건너 병원에 다니면서 치료를 받으면서 열심히 성당에 다녔다.
세월이 흐르면서 몸도 많이 좋아졌다. 「나는 당신을 초대합니다」라는 책을 사서 식당에서 일을 하면서도 교리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리고 가끔 본당 수녀님의 가르침을 받았다. 처음에는 믿음이 무엇인지 잘 몰랐지만 세례를 받을 때가 되면서부터 조금은 알 수 있었다. 믿음을 모를때는 마귀한테 쫓기는 꿈을 꾸었고 하느님을 알고부터는 신부님 수녀님 꿈을 자주 꾸었다.
1989년 3월25일, 본당 수녀님의 덕분으로 나는 드디어 세례를 받았다. 지금은 다른 본당으로 가셨지만 어느 곳엔가 계실 인자하시고 다정하신 어머니 같으신 유 벨라뎃다 수녀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수녀님께서 교리를 잘 가르쳐 주셨기 때문에 나는 열심히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신부님의 견진교리를 받은 후 견진성사까지 받았다. 큰 아이는 우리보다 먼저 견진성사를 받았고 나와 두 아이는 함께 견진성사를 받게 되었다.
영세 후 처음에는 아이들과 함께 성당에 가면 뭐가 뭔지 몰라 한참 두리번거리기도 하고 책도 찾지 못하고 넘기기만 하면 아이들은 웃었다.
지금도 당시 본당 신부님이셨던 윤 신부님을 잊지 못한다. 윤 신부님은 세상풍파에 헤매이던 우리 식구들을 하느님께로 인도하셨고 또 구원하셨다.
그동안 나는 마음도 몸도 안정되고 건강도 되찾았다. 나는 추운 겨울 얼음에서 풀린 듯 따뜻해지면서 몸이 가벼웠다. 그런데 영세한지 얼마되지 않아 윤 신부님께서 아주 이 세상을 떠나셨다. 윤 신부님의 죽음은 우리 본당 신자들의 아픔과 슬픔이었다. 오직 내 생애의 큰 은인이신 윤 신부님께서 천국에서 편안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기도할 뿐이었다. 그리고 끝없이 찬란하게 빛나는 면류관이 되시고 천국에서도 불쌍하고 죄 많은 사람들을 용서하시고 돌보아 주시기를 기도드렸다.
나는 주일 미사 참례하는 그 순간이 매우 행복했다. 항상 몸과 마음이 쫓기는 이 몸을 미사시간만이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하느님께 기도 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큰 딸은 직장을 그만 두고 집에 와 있었다. 그런데 주님의 은총으로 농협에 취직이 되었다. 나는 그 때 두드리면 열리고 구하면 찾는다는 주님 말씀의 진리를 알게 되었다.
그해 추석 때 여기 저기서 많은 선물이 들어왔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모여 앉아 「나는 부자다」라며 좋아한 적도 있었다.
어느 덧 세월이 흘러 큰 딸은 결혼을 했다. 큰 딸이 결혼하던 날, 나는 또 다시 하느님의 크신 은총을 체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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