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번 수련회는 고교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아름다운 캠프였다. 또 나에게 가정의 소중함, 선교의 어려움, 친구들과의 우정 등을 깨우쳐 준 소중한 경험이기도 했다. 기말고사 기간이었다. 밤을 지새워 시험공부를 하면서도 시험을 무사히 마치고 나면 멋진 캠프가 날 기다리고 있을거라 생각하니 힘이 솟는 듯 했다.
드디어 길고 길었던 시험이 끝나고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바쁜 생활속에서도 수련회 준비기간이 계속 되었다. 모든 준비는 순조롭게 잘 되어 갔다.
왠지 모든 것들의 느낌이 좋았다. 드디어 우리는 부푼 가슴을 안고 캠프장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무주로 향하는 도중 스쳐가는 차창밖의 풍경은 그동안 학교와 시험에 찌들은 나의 마음을 정화시키기에 충분한 아름다운 신록이 펼쳐졌다.
우리는 정성스레 묵주 한알 한알을 굴렸다. 묵주를 굴리는 우리의 맘은 여러가지 바람과 다짐들이 교차되고 있었다.
어느새 목적지인 무주 부남국교에 도착했다. 비가온 뒤라 더 그런지는 몰라도 맑은 공기, 우리 머리를 뜨겁게 내리쬐는 눈부신 태양, 깨끗한 주변 환경에 나의 마음은 설레고 탁 트여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설레임도 잠시 식사시간! 첫째날 처음부터 익다만 삼층밥 설익은 밥을 씹으며 눈물겹도록 집이, 엄마의 사랑이 그리웠다. 그러나 배가 고팠는지 모두들 맛있게 먹었다. 빡빡하게 짜여진 일과 속에서 아이들의 얼굴은 검게 그을려 갔고 맘은 순수해 가는 듯했다.
포스트 게임, 야간추적놀이, 물놀이 등 여러가지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포스트 게임 중 고문마을에서 였다. 고문마을에서는 천주교 박해시절을 재현해 보는 것이었다. 우리는 박해를 당하는 천주교 신자이고 교리교사들은 박해를 하는 입장이 되었다.
콧속으로 사정없이 뿜어지는 소금물을 들이켜야만 하는 괴로움과 잔혹한 고문에 우리는 울먹였다. 그 가운데에서 의무감 혹은 별 생각없이 해 왔던 나의 신앙생활에 무척이나 부끄러웠다. 또 촛불예식에서 자기의 몸을 불살라 밝은 빛을 뿜는 촛불처럼 나도 아름답게 살아보리라 다짐도 해보았다.
이렇게 힘겹지만 귀한 체험속에서 캠프를 마치게 되었다. 집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끊이질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니 모두들 피곤한지 자느라 정신이 없다. 눈을 감는다. 그리고 조용히 기도해본다.
『사랑하는 주님! 가난과 나눔이라는 주제하에 저희들을 좋은 만남을 갖게 해주심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이번 수련회 기간동안 느꼈던 많은 것들, 생활안에서 실천할 수 있는 용기와 굳센 의지 갖게 하여 주옵소서. 비록 가난하고 보잘 것 없는 저희지만 주님의 사랑 나누며 참된 삶 살아가게 하소서. 우리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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