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딸의 결혼식날 버스를 대절했지만 사람이 몇 명 되질 않았다. 시장에 가보아도 참석할 사람이 없었다. 순간 눈물이 핑 돌면서 마음이 울적했다. 그런데 잠시 후 어디서 왔는지 많은 사람들이 차에 올라 차 안이 꽉 차게 됐다. 나는 또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했다. 하느님의 은총, 힘이 아니라면 어떻게 이 많은 사람들이 왔겠는가. 그동안 나는 어디에서든 사람 노릇을 제대로 한 적이 없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참석해 주어서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기도했다.
울적했던 마음이 활짝 개인 듯 웃음으로 가득했고 흐믓한 마음으로 결혼식을 잘 치르고 돌아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도 아가씨를 데리고 와서 결혼 상대자라고 소개시켰다. 큰 딸이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밉지도 싫지도 않았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도 참 묘하시다고 생각했다. 딸 하나 시집보냈다고 금방 사람을 보내 주시어 허전한 내 마음을 채워주신 것이다.
나는 식당 종업원으로 18년간 일을 하면서 3남매를 고등학교까지 졸업시키느라 지금까지 허덕이며 살아왔다. 그러나 딸 아들이 모두 짝을 찾아 자리를 잡고 막내 딸 역시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나도 직장을 갖고 열심히 일하면서 조그만 임대 아파트도 마련하게 됐다. 지금 다니고 있는 식당 주인과 「언니, 동생」 하면서 지내고 있다. 이렇게 되기까지에는 하느님의 은총과 도우심이 아니었더라면, 여러 신부님 수녀님들의 사랑과 가르침과 보살핌이 아니었더라면 그리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온 식당 주인언니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지금도 어둠속에서 헤매며 울고 있었을 것이다.
어느 해 여름, 그 무덥고 가뭄이 심할 때 온 다리에 피부병이 번져 살을 파고 들어가 살이 썩기까지 했다. 나는 간신히 돌아다니면서 일을 했다. 그리고 아플때마다 성서에 나오는 욥을 생각하면서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병원에 다니면서 치료했다. 3개월 정도 치료받으니 피부병은 거의 나았는데 이번엔 위에 염증이 생겨 소화가 안돼 먹지도 못하고 온 몸이 아프고 맥이 없었다. 그해 추석 전날 꿈에 본당 신부님께서 우리 집을 다녀가셨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몸이 가볍고 마음이 상쾌했다. 추석날 아침, 아이들과 꿈 이야기를 하면서 추설을 즐겁게 지냈다.
앞으로의 작은 꿈이 있다면 돈 많이 벌어서 부자되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우리 식구들이 주님 은총 속에서 평화로운 삶을 살면서 더욱 주님을 사랑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앞으로도 더욱 일을 사랑하며 살도록 건강한 몸과 많은 일복을 주시고 우리 자녀들에게 모든 불행만은 막아 주시고 나쁜 유혹에 물들지 않도록 보호해주시고 주일마다 성당으로 이끌어 주시길 기도드린다.
나는 마음이 불안할 때는 주님께 기도를 드리면 마음이 편해지고 마음이 편하다고 생각되면 유행가 대신 성가를 콧노래로 부르면서 일을 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열심히 일을 하면서 살겠다는 다짐을 한다. 아멘.
창간 68주년 기념 신앙수기 당선작 연재는 「꿈과 신앙」을 마치며 이번호를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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