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평화방송 개국에 즈음하여
당신이 여기 오시어 말씀하시면
그 말씀이 곧「평화」임을
저희는 잘 알게 될것 입니다.
한세기(世紀)의 마지막 어두운 밤을 건너면서
잠 못 이루는 역사의 강물 위에
어느 새벽녘 같이 오시는
바람결 속의 당신과
그 말씀 속의 평화를
저희는 마침내 듣고 볼 것입니다.
그것은 얼마나 반가운 은혜이겠습니까.
고달픈 수험생의 책상머리와
밤낮으로 근심어린 어머니의 머리맡에서부터
때로는 가내수공업자의 문간방과
택시 드라이버의 앞좌석에까지
당신이 말씀으로 오시어
저희 가난한 삶의 나날과 함께 해 주신다는 것,
그것은 또 얼마나 고마운 위안이겠습니까.
온갖 거짓과 비겁과 무지가
살기어린 분열과 죽음을 몰고 오던 불목의 시대와
이 세상 낡은 인습의 도시에서도
저희는 「기쁜 소식, 밝은 세상」을 기다리며
또 다른 생명에의 꿈을
끝내 저버릴 수 없었습니다.
저 산마루 쪽에선가 하늘가 어디선가
당신이 손짓하듯 환히 눈웃음을 머금고서
지극한 사랑의 목소리로 저희를 찾아 부르시는
바로 그런 날이 정녕 있으리라 믿었습니다.
이제 그 믿음이 헛되지 않아
여기에 당신이 오시어 말씀하시면
저희는 새로운 기도와 노래로 응답하며
더욱 빛나는 발걸음으로
착하고 아름답게 살아갈 것입니다.
그것은 참 얼마나 큰 평화이겠습니까.
저마다 외로이 떠돌고 쫓기우며
늘 목마르고 배고픈 저희 영혼마다에게
당신은 오늘 말씀해 주십시오.
여기에 오시어 다시금
그 평화의 새 하늘 새 땅을 열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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