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움 꽃!’
새봄에 나무에서 움 튼 새순을 그는 그렇게 불렀다. 단풍이 곱기로 소문난 백양사를 이른 봄에 취재 갔을 때다. 이름 밝히기를 사양한 무명납자(無名衲子) 스님은 ‘춘백양 추내장’(春白羊 秋內藏)이라면서, 백양사는 가을 단풍도 곱지만, 봄 경치가 더욱 빼어나다며 들려준 말이다. 가지 끝에 매달려 이른 봄에 눈을 뜬 새순이 고와서 새움 꽃이라고 이름 지어 주었단다.
“가지마다 파아란 하늘을 받들었다. 파릇한 새순이 꽃보다 고옵다.”
시인 박두진은 그의 시 ‘낙엽송’에서 그리 읊었다. 여린 새순이 눈을 뜨고 얼굴을 내밀면, 그 순수한 빛깔은 아기 살빛처럼 곱다. 새순의 아름다움이 어찌 보이는 아름다움 뿐일까. 살아 꿈틀거리는 생명의 신비가 시인에게도, 산사의 스님에게도 가슴 뛰는 감동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나무가 아름다운 건 봄에만은 아니다, 한겨울에 잎새를 다 떨군 채 벌거벗고 서있는 겨울나무조차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다.
“수도원 정문 옆 개가죽나무의 이파리 다 떨어진 가지들 사이로 푸른 하늘이 환히 보이고 새벽에는 초롱초롱한 별들이 쏟아질 듯하다. 마치 욕망과 환상, 감상의 나뭇잎들 다 떨어버리고 하느님 향해 가난하게 서있는 영혼을 생각하게 한다.”
성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 원장 이수철 신부님의 강론집 ‘사랑밖엔 길이 없었네’의 한 대목이다.
잎 무성한 나무는 푸른 하늘을 가리고 밤하늘의 별들을 가리지만, 가난한 겨울나무는 빈 가지 사이로 하늘과 별들을 보여 주니 더 아름답다는 것이다.
진정한 아름다움이란 마음이 아름다워야만 볼 수 있나보다. 이 좋은 계절에, 미처 깨닫지 못한 아름다움이 주변에 없는지 찬찬히 둘러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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