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에 개관한 부산 가톨릭센터는 올해 30주년이다. 그래서 올해의 콘셉트는 ‘청춘’이고, 가능한 많은 청년 예술인 및 젊은 작가들이 꿈과 열정을 펼칠 프로젝트를 기획중이다. 지난 3월 20일의 가톨릭소극장 초청 독주회도 같은 맥락이었다.
어린 나이에 시작한 11년간의 잘츠부르크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28세의 젊은 피아니스트 김 라파엘은 그 믿음이나 연주 실력이 감명을 주기에 충분했다.
“사회적 성공보다는 평생 행복할 인생, 네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라!”는 부모님의 말씀이 지금까지 큰 힘이 되고 있다는 그는 맑은 영혼이 느껴지는 놀라운 연주로 관객들을 몰입케 했다.
이번에 그가 연주한 곡은 베토벤과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와 드뷔시의 <기쁨의 섬>, 그리고 전문가들도 도전을 꺼린다는 무소르크스키의 대표 대작 <전람회의 그림> 10곡 전곡이었다. 음악을 잘 알지 못하는 내가 듣기에도 그의 영혼과 손끝에서 펼쳐지는 열정적인 연주에서 작곡가들의 하느님과의 교감, 겪은 인생의 희로애락이 느껴졌다.
곡마다 잠시의 기도로 시작하는 그의 연주에서 하느님이 창조하신 대자연이 들려주는 온갖 노래들과 좋은 풍경이 연상되었다. 또한 모든 예술의 바탕 주제인 ‘사람’과 ‘삶’과 ‘사랑’을 저마다의 색깔과 맛과 멋으로 표현하려는 작곡가들의 노력과 열정이 그의 손끝에서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그래서 하느님이라는 같은 뿌리에서 나온 ‘사람과 삶과 사랑’을 더 깊이 묵상해보는 좋은 기회였다. 피아노 건반 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그의 손길을 보면서 사람의 삶과 사랑이 하느님의 손길 안에 있을 때, 그것이 곧 ‘진선미 인생’이구나 싶었다. 그럴 때 우리도 참하고 착하고 아름다운 사람으로 조화로운 멋진 인생을 살겠구나 생각했다.
긴 시간의 땀과 정성과 기도가 담긴 혼신의 연주를 들으며, 인생의 환희와 빛, 고통과 영광이라는 묵주기도의 신비도 묵상해 보았다. 이 신비들이 그의 연주처럼 주님의 손길과 그분의 뜻 안에서 어우러질 때, 우리의 삶과 사랑은 우리의 존재는 우리 주변에 주님의 밝은 빛과 아름다운 향기를 내고, 우리는 참 신앙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이런 이유로 그날의 연주회는 우리 모두가 참 좋은(착한)사람으로 거듭나는, 또 하나의 작은 부활을 준비하는 의미 있고 복된 시간이 되었다. “주님의 것을 의미 있게 재창조하는 모든 예술가들과 함께 주님은 찬미와 영광 받으소서. 아멘.”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