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께 혼난 학생이 자리로 돌아가면서 욕을 했다. 어떤 의미인가?”
지난해 수원교구 청소년사목포럼에서 발표자가 한 질문이었다. 청소년과 가장 가깝다고 하는 현직 교리교사와 청소년사목 관계자들이 있던 그 자리에서는 여러 가지 대답이 나왔고 대안이 나왔지만 끝까지 정답은 나오지 않았다.
정답은 ‘의미가 없다’다. 그 학생의 욕은 누굴 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감탄사 비슷하게 사용한 것이다. 기성세대들은 언어로 의미를 전하려하지만 청소년들은 언어로 감정, 감성을 전하려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기성세대는 의미 있는 삶을 살라는 의미로 ‘공부해라’고 말하지만 청소년에게 그 말은 명령이요, 지적이요, 괴롭힘으로밖에 들리지 않는 것이다.
한 날 한 시에 한 뱃속에서 태어난 쌍둥이도 싸우는데 강산이 두세 번 바뀐 뒤에 태어난 이들이 통하기 어려운 것이야 오죽할까. 세대 간의 소통은 그만큼 세심한 주의와 이해가 필요하다.
이번에 「청소년 사전」을 낸 조재연 신부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기성세대는 이미 많은 것들을 경험했기 때문에 의미를 전하고 이해할 수 있지만 청소년들이 아직 경험이 적어 이해할 수 없다는 걸 놓친다”고 설명했다. ‘개구리 올챙이 적 기억 못 한다’라는 말이 있지만 기성세대가 어린세대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올챙이 적을 필사적으로 기억해야할 필요성이 있다.
사목에서도 마찬가지다. 부모와 뗄 수 없는 유소년의 경우는 아직 괜찮지만 부모와 떨어질수록 교회와 멀어진다. 기성세대의 시선에서 이뤄지는 사목은 청소년·청년의 시선에서는 무의미하다. 청소년·청년의 시선이 ‘틀린’ 것이 아니다. 다만 기성세대와 조금 ‘다를’뿐이다. 하느님이신 그리스도도 굳이 사람이 되셔서, 우리의 시선에서 우리를 바라보시지 않았던가. 좀 더 배려하고, 좀 더 이해하며 젊은이의 시선에서 바라보는 사목으로 성당에 젊은이들이 가득한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