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더워!를 외치며 온갖 호들갑을 떨던 시간들이 이제는 쌀쌀한 바람과 날씨에 겉옷 하나를 더 챙기는 변화를 맛보게 됩니다. 하룻사이에 이처럼 변할 수 있는가? 요즘은 하느님께서 그 업무를 무척이나 빨리 처리하시는 걸…
하느님 나라도 행정개혁 바람이 부는 걸까? 날씨에 대하여 무척이나 민감해지는 것이 요즘 모습입니다. 비가 오면 비가 온다고 걱정, 안오면 안온다고 걱정, 소금장수와 우산장수 두 아들을 둔 할머니의 우스움이 우리 생활에도 퍼져 있습니다.
『요즘 신자들은 성사생활을 너무 등한히 하는것 같아, 고해성사도 예전처럼 많이 보지 않고 미사시간도 텅빈 자리가 많으니 이제 우리도 유럽교회가 그랬다는 것처럼 텅빈 교회가 될까?』 그러나 어쩌다 고해소에 사람들이 길게 줄이라도 늘어서면 금방 생기는 것이 짜증입니다. 『무슨 죄들을 그리 많이 지었다고 이 야단들일까? 요즘 사람들은 모두 세심증에 걸린 것 같아!』 이처럼 마음에는 언제나 두 마음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일들을 귀찮아하고 보다 편하고 단순한 것만을 찾게 되는 마음과 옛 것을 그리워하고 전통안에서만 머물려 하는 마음이 뒤범벅되어 있습니다. 아마도 무엇인가에 지치고 재미를 못얻어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러한 때에 문득 잠자는 저를 흔들어 깨우는 바람이 있습니다. 아주 작은 어린이의 기도소리가, 영성체 때에 내미는 각지고 갈라진 어느 할머니의 검버섯투성이의 손이, 강론시간에 작은 노트에 열심히 적으며까지 정성을 기울이는 얼굴만 아는 신자들의 모습이, 바쁜 와중에도 주변의 어려운 시설들을 방문하고 그로써 기뻐하는 봉사자들의 마음이 저를 깨우곤 합니다. 분명 가난하지 않고는 하느님 나라를 살 수 없는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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