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때로 가정방문이나 병자성사, 봉성체 등으로 신자가정을 방문하게 됩니다.
어려운 사람, 넉넉해 보이는 사람, 살림에 관계없이 화목함이 돋보이는 집안, 모든 것이 귀찮게 여길 것 같은 집안 등등 다양한 집안 구경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신자 가정에서는 작고 커다람을 떠나서 십자고상과 성모상을 모시고 있습니다. 물론 뒷방 한구석을 외진 공간으로 차지하고 살아가는, 혼자만이 신앙을 간직하는 노인분들은 말고 말입니다.
그렇게 이집 저집을 본의 아니게 다니다 보면 마음으로 불편한 모습을 보곤 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온 집안 벽이란 벽에 죄다 성화로 도배를 한 경우 입니다.
고상도 모시고, 성모상도, 예수성심상, 마치 성물 판매소를 방불케 할 정도로 많은 성화와 성상들을 보면서 마음 편하고 안정을 얻기는 커녕 오히려 불편하고 어디다 시선을 두어야 할지 모르는 것은 아마도 제가 신심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한마디 꼭 하고 넘어가게 됩니다.
『기도는 어디에 두고 하십니까? 그날 그날 당번이 되는 성화나 성상이 있나보군요?』
그때마다 그 집 주인들은 무슨 잘못이나 저지른 것처럼 그냥 여기저기 다니고 하다 보니까 이 신심 저 신심에 맞게 구해서 버리지도 못하고 그냥 모셔놨다고 답하기 일쑤입니다.
물론 그 마음에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이것도 좋지, 저것도 좋다 하며 가닥없이 소개해 준 우리들이 잘못이지! 그러나 지금도 좋다는 곳에 모여드는 더 가난하고 더 외로운 사람들을 생각하면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언제부터 그리스도교가 그리고 영험있게 우리들 가운데 자리 잡았나 하는 씁쓸함과 함께 말입니다.
정녕 껍데기와 함께 우리에게서 가야 할 것들…. 그러나 과연 그 가야 할 것들을 너무나 아쉬워하고 있지는 않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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