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서울지역 남녀노소 신앙인들이 잠실벌에 모여 시와 무용, 연극, 국악, 기도, 미사 등 다양한 형태로 김대건 성인을 현양했던 서울 신앙대회가 끝을 맺었다. 김대건 신부님은 1백50년 전 이미 순교로 거듭 태어나셨지만 이날 신앙인들 마음속에 다시 새롭게 태어나셨다. 내가 변하지 않으면 세상도 변하지 않는다는 비장한 다짐과 각오들이 봉헌된 것이다.
시대변화의 흐름에 맞춰 80년대 대규모 신앙집회 때와는 달리 내적쇄신에 중점을 두고 후속작업을 계속키로 한 이번 서울대회는 21세기에 진입하는 한국교회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내릴만하다고 본다. 그것은 가치관 혼란으로 여러 양태의 갈등이 표출되는 오늘 이 시대와 김대건 성인이 순교로써 진리를 증거했던 1백50년 전 조선 말기 상황과 비슷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김대건 신부로 대표되는 한국 성인들의 증거의 삶이야말로 시류를 뛰어넘어 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직접적인 박해가 없는 첨단과학시대의 순교는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 일상 삶을 통해서 복음을 증거하는 그야말로 피 흘리지 않는 「하얀 순교」를 통해서 가능할 것이다. 이번 서울대회에서 신자들이 「하느님을 내 삶의 첫 자리에 모시겠다」고 다짐한 그것이 순교자가 되겠다는 결심인 것이다. 직장생활에서의 순교자, 가정생활에서의 순교자가 줄을 잇고 배출될 때 이 땅의 복음화는 앞당겨질 것이다.
15일 서울ㆍ안동ㆍ원주교구에 이어 20일과 22일 대전ㆍ대구ㆍ수원교구 등 각 교구별로 김대건 신부 순교 1백50주년 기념 순교자 현양대회가 계속 열리고 있는 순교자 성월을 보내면서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김대건 성인을 우리 신앙인들만이 공경하는데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내년 9월 순교자 성월에는 정부가 지정하는 「9월의 문화인물」로 김대건 신부를 지정해줄 것을 신청해 놓았다고 하니까 내년을 기약할만하다.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김대건 성인을 민족의 선각자로 국민들에게 부각시키기 위한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신자들만 알아들을 수 있는 용어가 아닌 비신자 일반인들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천주교 용어를 개발하는 한편 일반매체를 이용한 김대건 성인 특집극이나 연속극도 방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면 더욱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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