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사항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이제부터 영성체 행렬에 아직 첫영성체를 하지 않은 어린이들과 갓난 아이들까지 모두 참여시켜 주시면 사제의 축복을 해 드리겠습니다』
새로 부임하신 신부님의 엉뚱한 제안에 우리들은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아무 의미도 모르고 그저 엄마 아빠 손잡고 따라와서 미사시간 내내 과자 한봉지 손에 쥐어주면 거기에 코 박고 과자를 먹는데만 정신을 팔고 한시간 내내 장난을 치고 싶어도 꾹 참고서 얌전하게 앉아 있어야만 되는 미사시간이 마냥 지루해서 투정만 부리고 떼만 부리는 코흘리개 어린이들에게 사제의 강복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일었다.
그동안 영성체를 모실 때, 자리에 가만히 앉아서 엄마 아빠가 돌아오기 기다리거나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덜렁 덜렁 따라나가서 엄마 아빠만 받아 모시는 성체를 조금만 달라고 울고 불고 난리를 피우던 코흘리개들도 모두 두 손을 예쁘게 모아서 가슴에 대고 영성체 행렬에 참석하자 신부님께서 그 어린이들 머리 위에 성호를 긋고 강복을 주시니 어린이들은 쑥스럽고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면서도 연신 즐거운 표정을 잃지 않았다.
엄마 아빠만 앞에 나가서 뭔가를 받아서 혼자 먹고 들어 오는 것이 몹시 불만이던 어린이들이 그날 만큼은 똑같이 미사에 참여한 하느님의 일원으로 탄생되는 그 의식은 참으로 우리 어른들에게나 어린이들에게 똑같이 다가와서 우리를 즐겁게 해 주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들이고 갓난 아기들이지만 그들이 성장하여 첫영성체를 모실 때 어렸을 때부터 미사에 참례하여 신부님으로 부터 강복을 받았던 기억은 분명 그 아이들이 신앙생활을 하는데 커다란 영향으로 자리잡아 큰 자부심을 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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