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들과 눈이 마주치게 되면 그들은 이상한 듯 쳐다보다가 쑥스러운 표정을 감추며 얼른 고개를 돌려 버린다. 마치 못볼것을 본 것처럼…. 그 꼬마들의 시선을 보며 문득 북한 어린이들이 생각났다. 그들은 수도자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몇 년 전 탈북한 일가족이 남한에 온지 얼마 안 되어 우리 수도원을 방문했었는데, 그들은『수녀님들이 무서웠다』고 후에 고백(?)했다. 북한에 있을 때 영화에서 보았던 잔인하고 사랑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이들이 바로 곁에 있으니 무서울 수밖에….
종교는 나쁜 것이라고 배워 온 그들, 반종교 선전의 영화나 연극을 통해 성직자나 수도자, 선교사들은 모두 비인간적이라고 배우며 성장한 그들을 생각하니 먼저 안쓰러움이 느껴졌다. 얼마 전 그들에게 지금도 무서우냐고 물으니 조금도 무섭지 않다고 한다. 남한에 와서 살다보니 종교는 바르게 살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고 신자들이나 성직자, 수도자들이 알게 모르게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을 보고, 또 알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들의 이 말은 신자들을 포함한 남한의 모든이들에게 통일사회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려준다는 생각이 든다. 통일 이후 서로에 대한 오해 속에 가려진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또 다른 분단의 시간을 거쳐야 할까?
참으로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고통을 동반하는 큰 사랑이 필요함을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 보았다. 따라서 남북한은 서로의 큰 사랑으로 치유될 수 있으리라. 통일 사회를 기다리며,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그 사랑의 삶을 본받으며 살려 하는 우리들만이라도「북한」이라는 정치적 실체 뒤에 가려진 북한 주민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꼭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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