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재 43세, 직장을 가진 교우입니다. 천안 성황동성당(주임=정지풍 신부)의 꾸리아(25개 쁘레시디움, 단원 2백40명)단장이며, 소년 쁘레시디움 4개의 단장을 겸하고 있습니다.
저는 93년 12월에 꾸리아 단장 직분을 맡은 후 그 이듬해(94년) 3월경에 주임신부님의 권고로 가두선교를 시작했습니다. 천주교 안내책 3백권과 노랑색 바탕에 청색 글자로 「천주교를 알려드립니다」를 새긴 어깨띠 30개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자원하는 레지오 단원들과 함께 거리로 나갔습니다. 버스 터미널, 시내 상가지역, 아파트 주변상가 등 많은 사람이 모이고 다니는 곳으로 찾아다니며 천주교 안내책을 친절히 권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감사롭게 받고 격려도 해주었습니다. 말로써만 듣던 천주교회에서도 이런 선교를 다하느냐고 하면서 언젠가는 천주교를 믿겠다는 분들을 보았을 때 용기가 백배 났습니다. 그래서 주께서 이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 주심에 감사의 기도를 바치며 큰 보람을 느꼈답니다.
하지만 책을 받고 잘 읽겠다는 분들이 모퉁이 길을 돌아가서는 휴지통에 던져버릴 때 『차라리 받지나 말지…』 그들이 야속하게 보였습니다. 절망과 모욕감을 느끼며 어깨가 늘어져서 선교할 힘이 빠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본당신부님은 우리에게 격려와 용기를 주셨습니다.
그 다음 날 신부님은 선교책을 가지고 가정방문을 하도록 권고했습니다. 막상 방문을 해 보니 여러가지 부작용이 생겼습니다. 아파트의 문은 아예 열어 주지도 않을 뿐 아니라, 가게 문을 들어서면 『우리는 안 믿어요』하고 소리치며 외면했습니다. 심지어 『예수쟁이와 우리는 말도 안해요』. 이렇게 심한 핀잔과 모욕을 주지 않습니까? 더욱이 어느 집에 들어가서는 그 집에 풀어놓은 개에게 물리는 사건이 생겼습니다.
활동하는 단원의 70%가 여성단원이었으므로 하는 수없이 가정방문을 중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천주교를 알리는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심하던 중 여러 종류의 안내책을 놓을 수 있는 작은 책 전시대를 만들었습니다. 「천주교를 알려드립니다. 성황동성당」 이라고 글씨를 붙이고 책마다 성당주소와 전화번호, 미사와 교리시간을 적었습니다. 그리고 방문을 원하는 분의 전화를 기록하도록 메모지도 두었습니다. 그리고 책 전시대를 곳곳에 놓아두었는데 금년 4월 입교식 때에 예비자 두 분이 전시대의 안내책을 보고 입교하였다는 본당신부님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힘을 얻은 우리는 천주교 안내책 전시대 20개를 다시 만들어 아파트 동별 입구, 상가 입구, 교우들의 자영업소, 이발소와 미용실, 공중전화기 옆 등에 갖다 두었습니다. 이렇게 해 놓으니 이웃 주민들의 반응이 퍽 좋았습니다. 벌써부터 입교일을 물어오며, 더욱이 천주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고 문의하는 전화가 많이 온답니다.
이 이야기는 선교활동 사례라고 낼만 한 자료는 못됩니다만 나름대로 용기와 확신을 가지고 우리 본당에서는 이 같은 방법으로도 선교를 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