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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눈을 들어 올려다 본 금오산 중턱에 아지랑이가 피어 날 즈음에 사순시기가 시작되었고, 신부님께서는 단식에 들어가셨죠. 절제와 인내로 광야에서 사십일 동안 단식하시면서 기도하신 예수님의 가신길을 흔들림없이 따라가시는 님의 모습은 아름답다 못해 슬픈 빛으로 반짝였습니다.
님의 인내와 절제로 맞은 부활성야는 우리에게 더 큰 기쁨을 주었으며 평화의 노래를 부르시는 님의 부드러운 목소리로 우리 마음에는 평화가 넘쳤으며, 부활하시어 꿈결처럼 감미로운 목소리로 『평안하냐?』인사하신 예수님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장미꽃이 만발한 오월에는 당신 어머님의 병환으로 가슴 아파하시면서 어머니께 대한 효성 지극한 아드님으로서의 애틋한 마음과 사제의 길을 가시는 아드님에 대한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글로 쓰시어 부모님께 효도하지 못한 당신 양들의 심금을 울리셨습니다.
삼백예순날을 하루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시고 이기심으로 가득찬 당신 양들에게 큰 소리 한번 내지 않으시고 언제나 온화한 웃음으로 어루만져 주시는 님의 단아한 모습은 흐트러진 우리의 매무새를 가다듬게 해 주십니다.
어느날 우연히 보게 된 십수년을 사용하셔서 네 귀퉁이가 닳은 신부님의 지갑에서 부귀영화를 버리고 예수님 사랑의 길을 따르셨던 청빈한 프란치스코 성인을 만났답니다.
자신에겐 그렇게 인색하시면서 본당을 찾는 어려운 신자들 누구에게나 사랑의 손길을 보내시는 님의 따뜻한 마음은 가족 이기주의에 빠져 있는 우리에게 청량제가 되고 있습니다.
님의 마음처럼 여유롭고 풍성한 이 가을의 끝자락에 맞은 영명축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결코 드러내지 않고 은은한 향기를 풍기는 당신 닮은 들국화 한아름을 바칩니다.
【이 글은 10월28일 영명축일을 맞으신 구미 형곡본당 조환길(타대오)신부님의 축일을 축하하며 형곡본당 안외자(데레사)씨가 바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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