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입장을 내세우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남과 북으로 나뉜 이 나라는 민주와 반민주, 보수와 진보, 지역과 지역, 계층과 계층 사이로 조각 조각난 듯 보이기도 하다. 게다가 정치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문제는 좀 많은가. 환경, 노사, 복지, 인권 등 실로 수많은 문제들에서 대립과 충돌이 동시다발로 터진다. 억압을 일삼던 구시대와 달리, 제 생각을 그런대로 펼칠 수 있으니 좋기는 좋다. 하지만 편편이 갈라선 사이에서 내 생각을 밝힐 때마다 난감해진다.
이따금 나는 스스로 나를 회색분자라고 자책한다. 첨예한 갈등과 대립에서 어느 한편의 입장으로 강경하게 나선 적이 드물기 때문이다. 때로는 상대 모두를 비판하는 양비론 적으로, 때로는 상대 모두를 받아들이는 양시론 적으로 중간의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애매한 입장을 취하는 건 우유부단하거나 기회주의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내키지 않아도 내 입장을 분명히 표해야하는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책임 못질 공약이나 남발하며, 상대방을 끌어내리기 바쁜 분들이 너무나 많다. “다들 꼴 보기 싫어” 대립적인 양 측 모두를 싸잡아 욕해대며 투표를 안 하겠다는 분도 있다. 이쪽은 이래서 안 되고, 저 쪽은 저래서 안 된다는 것이다. 약도 부작용은 있지 않은가. 제 아무리 옳은 일 뒤에도 그늘은 있기 마련이다.
모자이크는 색과 형태가 다른 그림 조각이 합쳐져 아름다운 큰 그림을 이루어낸다. 분열되고 대립된 상황도 보기에 따라 달라진다. 혼돈과 무질서의 추함으로 보일 수 있지만, 조각그림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모자이크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선거에서만큼은 양비론보다 양시론이 낫지 않을까. 이 후보는 이래서 좋고 저 후보는 저래서 되는 거다. 누가 뭐라 해도 나는 투표하러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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