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유치원을 일찍 끝낸 지따가 외할머니인 우리 집에 놀러왔다. 마침 나는 조그마한 성모상 먼지를 수건으로 닦고 있었는데 지따가 무엇을 하느냐고 물었다.
『하무니(할머니)뭐해?』
『성모상 닦고 있다. 너 성모님께 기도해봐』
『무슨 기도?』
『뭐든지 네가 하고 싶은대로 해봐. 착한 어린이의 기도는 들어주실꺼다』
나는 깨끗해진 성모상을 올려다놓고 부엌으로 가는데 지따가 두리번거리고는 아무도 없는 것을 알고 얼른 두손을 모으고 『선못님(성모님)내동생이가요 내 유치원가방 안 만지게 해주세요. 그리구요 내 색연필, 색종이도 안 만지게 해 주고요, 내 스키치북에다 그림 좀 안그리게 해주시고요… 안하게 해주세요…안던지게 해주세요…』를 계속 되뇌이고 있었다.
4살 지따는 기도만 하면 성모님이 모두 들어주신다는 굳은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3살인 동생 벨리가 천방지축으로 언니가 아끼는 학용품과 인형들을 함부로 만지며 던지는 것이 싫었고 속상했던 모양이다.
이러한 작은 아픔(?)들을 성모님께 하소연하면 들어 주실 것이라는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 있었기에….
지따가 커가면서도 어렵고 힘든 이웃들에게도 따뜻한 시선을 주며 기도하는 아름다운 처녀로 자라기를 바라며 나역시 지따를 위해 꾸준히 기도를 바칠 것을 약속한다. 오늘 지따의 기도를 들어주십사하고 같이 기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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